
여름철 신축 아파트의 누수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폭우로 누수 피해가 매년 증가하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23일 쿠키뉴스 취재에 따르면 최근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한 신축 아파트 지하 주차장, 세대 내부에서 누수가 발생했다. 해당 단지는 올해 입주한 신축 아파트이다. 시공은 SM그룹의 건설 계열사 경남기업이 맡았다.
해당 아파트 입주민 A씨는 “신축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단지 전체적으로 심각한 누수 하자가 발견되고 있다”면서 “지하 주차장은 우수 배관이 파손돼 다량의 물이 쏟아져 바닥에 물이 흥건하게 고였다”고 호소했다. 이어 “세대 내부에도 물이 흘러 벽면이 변색되고 손으로 만지면 물기가 느껴질 정도”라고 지적했다. A씨는 “지하 주차장 및 건물 내부의 누수는 전기 시설과의 접촉 시 감전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구조물의 부식 및 균열을 야기해 건물 안전이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해당 단지는 입주 전에도 누수와 결로 문제가 발생해 입주민들의 불만이 제기된 바 있다.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은 지난해 12월3일과 28일, 지난 1월18일, 2월17일 등 네 차례 현장 방문 점검을 진행했다.
시공사 측은 입주예정협의회와 하자보수 관련 협약서를 체결해 문제를 대응하고 있다. SM그룹 관계자는 “최근에 비가 많이 오면서 통신관 쪽으로 물이 들어오며 누수가 발생했다”면서 “현장에서 입주민들과 밀착 소통해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입주예정협의회 부회장도 “현재 건설사와 협의를 통해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누수 피해는 여름철 주로 발생한다. 많은 비가 한 번에 내리며 방수층, 외부 창호 등 하자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아파트 생활지원 플랫폼 아파트아이에 따르면 7월과 8월에 아파트 누수 민원 건수가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아이가 분석한 2023년 7월 누수 민원은 전월 대비 218% 증가해 1년 중 가장 많은 251건을 기록했다. 누수 민원은 7월·8월·5월·12월 순으로 많았다.
안홍섭 군산대 건축공학교수는 “비가 많이 내리면 외벽에 조금만 틈이 있어도 스며들어 비가 적게 내릴 때와 달리 눈에 보이는 하자가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하 주차장 누수의 경우 품질 문제도 있다”면서 “외국인 근로자 비율이 높아지며 낮아진 품질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기상이변으로 시간당 100mm를 넘는 극한 호우가 잦아지면서 건설 설계 기준 강화를 위한 논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 충청‧전라‧경상권에서는 200년 빈도의 비가 쏟아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7월 일강수량 극값을 경신한 곳은 13곳에 달한다. 2위 기록을 쓴 곳도 6곳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극한 호우 등 많은 비가 내리면서 누수 외에도 지하 주차장으로 빗물이 흘러 들어갈 때 침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지하화 구조가 폭우 시 피해를 키울 수 있어 기후변화에 따른 설계 변화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아파트에서 빗물이 새는 원인은 주로 하자”라면서도 “ 설계 시 기존 장마 데이터를 바탕으로 배수 설비를 설치하는데 과거보다 강수량이 늘어나며 설계 기준 강화 등을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