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추심’ 고리 끊는다…당국, 소멸시효 연장 관행 손질

‘15년 추심’ 고리 끊는다…당국, 소멸시효 연장 관행 손질

기사승인 2025-07-29 15:06:04
금융위원회. 유희태 기자 

금융당국이 연체채권 소멸시효(5년)를 무분별하게 연장하는 관행을 개선한다.

금융위원회는 29일 오전 서울 중구 서민금융진흥원에서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개인 연체채권 관리실태 파악 및 개선방향 모색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장기연체 채무자들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국내 채무조정 제도와 개인 연체채권 관리 절차가 해외사례와 비교해 미비한 점이 없는지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대출 발생 시 채권자와 채무자는 수평·호혜적인 관계지만 연체 단계에서는 대등하지 않다”며 “채권자와 연체 채무자의 대등하지 못한 권력관계를 전제로 채무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하는 방향으로 개인 연체 채권 관리 관련 제도를 정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그간 채무조정 제도를 정비해왔지만 상당수 연체자가 제도를 이용하지 않고 장기 연체자로 전락하는 실정을 문제로 지적했다. 연체자가 장기 연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소멸시효 제도가 도입됐지만, 금융회사가 손쉽게 시효를 연장하면서 제도의 실효성이 약화됐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금융기관 연체채권의 소멸시효는 5년이다. 하지만 금융사들은 통상 지급명령 제도를 활용해 시효를 최장 15년까지 연장해왔다. 상환 능력이 없고 자력으로 재기가 어려운 채무자도 지속적으로 추심 부담에 노출돼, 이른바 ‘초장기 연체자’가 양산되는 배경이 됐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7만명이 늘어난 금융채무불이행자는 올해 5월 기준 모두 92만명에 달한다.

권 부위원장은 “그간 채무조정 제도 정비에도 상당수 연체자가 채무조정을 이용하지 않고 장기 연체자가 되는 상황”이라며 “소멸시효 제도가 존재하지만, 금융회사의 철저한 관리로 소멸시효 제도 존재 의의가 퇴색됐다”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전문가들의 개선 제안이 이어졌다. 이수진 금융연구원 박사는 “금융회사의 연체채권 처리에 대해 그간 채무자 보호보다는 재무 건전성 측면에서 규율 체계가 형성돼 왔다”면서 채권 매각 전뿐만 아니라 채권 매각 이후에도 원채권자에게 고객 보호 의무를 부여하는 미국 사례를 소개했다.

이동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금융회사가 무분별하게 소멸시효를 연장하고 일부 대부업체가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에 대해 채무자의 일부 상환을 유도해 시효를 부활시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과거 ‘개인채무자보호법’ 입법과정에서 제외된 소멸시효 관련 채무자 보호 제도를 재입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상춘 신한저축은행 상근감사위원은 “금융회사,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채무자의 근본적인 재기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소멸시효 완성채권의 경우 신속하게 소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위는 해외사례와 한국 제도를 비교해 소멸시효의 무분별한 연장 및 시효 부활 관행 제한 방안을 포함한 금융회사의 개인 연체채권 관리 개선방안을 마련·추진할 계획이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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