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오픈런’ 유행을 이끌던 프리미엄 버거의 인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오바마 버거’로 불리며 화제를 모았던 굿스터프이터리와 슈퍼두퍼는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고, 쉐이크쉑은 적자를 기록했으며, 파이브가이즈는 매각이 추진 중이다. 반면 롯데리아와 맘스터치 등 토종 K-버거는 신메뉴 흥행과 해외 확장을 바탕으로 실적 반등에 성공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수제버거 브랜드 ‘쉐이크쉑’은 최근 수익성이 악화됐다. 운영사인 SPC그룹 계열 빅바이트컴퍼니는 지난해 영업손실 19억30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 2022년 다이닝브랜즈그룹이 들여온 미국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 ‘슈퍼두퍼’도 매출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 2월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셰프 브랜드로 주목받았던 고든램지 버거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초반 화제성과 달리 매출 부진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대표 메뉴 가격이 2만~3만원대에 달하고, 최고가는 14만원을 넘기며 ‘프리미엄 전략’을 세웠지만, 비교적 높은 가격이 오히려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파이브가이즈도 오픈 당시 ‘오픈런’이 벌어질 정도로 큰 인기를 타고 빠르게 8호점까지 확장했지만, 불과 2년 만에 매각설이 불거지며 불안한 입지를 드러냈다.
반면 한국 토종 프랜차이즈 버거 브랜드들은 선명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는 오징어 얼라이브 버거, 크랩 얼라이브 버거 등 차별화된 메뉴 흥행에 힘입어 3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특히 신제품 품귀 현상까지 빚으며 브랜드 재도약 발판을 마련했다.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내 최근 미국에도 매장을 열었고, 싱가포르 진출도 예고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미국 NRI쇼에서 불고기버거와 전주비빔버거를 소개했을 당시 현지 반응이 좋아, 베스트 메뉴를 선보인다”며 “K-푸드와 한국 콘텐츠 인기가 높아, 현지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맘스터치도 호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 4179억 원, 영업이익 734억원으로, 2019년 각각 2888억원, 190억원에서 4배 가까이 늘었다. 일본 시부야 직영 1호점이 현지에서 성공을 거둔 데 이어 하라주쿠, 동남아 시장까지 확장 계획을 세우며 글로벌 행보도 강화하고 있다. ‘가성비와 푸짐한 양’이라는 기존 강점이 경기 불황기에 오히려 경쟁력을 발휘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는 국내 프랜차이즈가 저가 전략과 메뉴 다양화로 소비자를 붙잡은 반면, 해외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들은 높은 가격에만 의존하고 뚜렷한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해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한 것으로 봤다. 특히 가격이 높은 만큼 매장 인테리어, 브랜드 경험, 서비스 차별화 같은 부가 요소가 뒷받침돼야 하지만 이 부분에서도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서 햄버거는 본질적으로 간편식이기 때문에 굳이 프리미엄 가격을 내고 먹는다는 개념이 약하다”며 “대접을 받는다는 등 ‘서비스 경험’이 있으면 비싼 돈을 낼 수 있지만, 햄버거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면 프리미엄 버거는 맥도날드나 롯데리아와 차별화할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데, 단순히 재료가 좋다는 것만으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며 “가격이 높은 만큼 인테리어나 브랜드 경험 같은 부가 요소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