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오바마 시대…한반도 어떤 변화가 올까

[좌담] 오바마 시대…한반도 어떤 변화가 올까

기사승인 2009-01-21 21:08:01


[쿠키 정치]
미국발 오바마 돌풍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20일(현지시간) 취임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전임 조지 W 부시 정부와는 다른 대외정책을 펼쳐나갈 것임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미국)의 힘만으로는 우리를 보호할 수 없다"며 세계 평화의 시대를 위해 협력과 이해를 바탕으로 대외관계를 이끌어 가고 힘을 신중하게 사용할 것임을 천명했다.

오바마 정부의 대외정책은 한반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오바마 정부 출범이후 한·미 관계와 북·미 관계 변화를 외교안보문제 전문가 좌담을 통해 살펴봤다.

전문가들은 한·미 관계는 전반적으로 우호적인 분위기로 진전될 것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 동맹으로서의 역할과 부담 문제 등 세부적인 사안에서는 많은 조정과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과의 관계는 전임 부시 정부의 노선을 일부 이어가되 북한의 자세에 따라 보다 적극적인 관계개선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명박 정부 출범후 한·미동맹 관계는 포괄적인 동맹에서 가치지향적인 동맹으로 진전되는 등 상당히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오바마 정부의 한·미 관계는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나.

△최강 외교안보연구원 미주연구부장=전반적으로는 기존의 우호적인 기조를 유지할 것 같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도 내비쳤듯이 '글로벌 동맹'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일방적인 외교정책이 아니라 동맹국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한국에 대해서도 동맹으로서의 책임있는 역할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주한미군 기지이전 문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 등을 차질없이 수행하길 바랄 것이다. 우리가 앞서나가고 있는 정보기술(IT)과 기후온난화 문제 등 경제 분야에서 협력할 사안이 많다. 과거 외교안보 중심의 한·미 관계가 경제적인 문제를 비롯해 다각적인 방향으로 발전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적잖은 진통을 겪을 수 있다. 오바마 정부 지지자들은 대부분 보호무역주의자들이다. 오바마가 지지 기반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재협상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조정이 생길 수 있다. 정부가 이 부분에 대해 충분히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프가니스탄 파병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미국 경제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고 이라크 상황 역시 여의치않을 경우 한국에 대해 아프간 문제에 대한 추가 부담을 요구할 수도 있고 주한미군이 일부 전환배치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사안에 대한 준비를 해 놓아야 한다.

△김근식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남북협력실장=한·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은 FTA와 대북 정책이다. FTA는 시험대가 될 수도 있다. 대북 관계에서도 이견이 있을 수도 있다.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려 할 것이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이 문제를 풀 의지가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다. 북·미 관계가 급진전될 경우 한국정부가 소외될 수 있다.

-오바마 정부가 구체적인 대북정책을 수립하기까지는 5∼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취임전 오바마-바이든 플랜을 제시한 적이 있는데 대북정책은 어떻게 추진될 것으로 전망하나.

△김 실장=전임 부시 정부와는 다른 정책을 펼 것이지만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했던 부시 정부 마지막 2년간의 정책은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또 클린턴 정부 시절 대북전문가들이 대거 국무부 라인에 참여해 클린턴 정부의 대북정책도 상당 부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클린턴 정부 시절과는 상황이 다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상태에서는 당시와 같은 기조의 정책을 추진하기 힘들다. 따라서 '제3기 클린턴 정부'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또 부시처럼 힘에 의존한 일방적 방식은 아닐 것 같다. 오바마는 힘에 근거한 압박보다는 협상에 근거한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실장=클린턴 정부 시절 대북정책은 3단계로 진행됐다. 초창기는 북핵문제 비확산 차원에서 일방적이고 공격적으로 다루려 했지만 이어 유화적인 협상을 지향했다. 그 결과로 제네바 합의가 나왔다. 이후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하는 등 급진전이 있었다. 오바마 정부는 이 세 유형들을 골고루 배합한 새로운 형태의 정책을 구사할 가능성이 있다.

△최 부장=취임식 연설을 종합하면 핵 위협 관련 제거라는 표현 대신 축소라는 표현을 썼다. 그렇다고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취임사에서 '적국이 손을 편다면 우리도 손을 내밀겠다'고 한 것으로 봐서 북한에 대해서 적극적인 개선 의지를 보이라고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중동문제가 진전이 거의 없어 북한문제에 집중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오바마 정부는 초기부터 대화 의사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부시 정부와 달리 농축우라늄(HEU)문제도 다룰 것이고 인권 문제 역시 간과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입장은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핵폐기와 핵확산금지라는 기본적인 입장을 유지하지만 북한과의 적극적인 관계개선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떤 자세로 나올 것으로 보이나.

△김 실장=우선은 강경한 입장을 유지할 것이다. 북한의 반응을 눈여겨 봐야 한다. 13일 외무성 담화, 17일 인민군 총참모부 성명을 보면 굉장히 공격적인 기조다. 북한과 미국 모두 초기에는 협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속내와는 달리 강한 자세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양측 모두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어 시간이 지나치게 흐르기 전에 상대방의 진정한 속내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미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CAP)가 대북특사 파견을 건의한 것은 유의할만한 사안이라고 본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북한으로서는 미국에서 얻어야 할 것이 많다. 또 미국 입장에서 보면 복잡한 역학관계가 있는 중동과 달리 북한은 미국이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이느냐에 따라 성과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이 실장=강경과 온건노선을 함께 구사할 것이다. 미국 역시 당근과 채찍을 혼합한 정책을 쓸 것이고 북한 역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초기에는 핵보유국지위를 인정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할 것이다. 또 미국과 핵군축협상도 벌이려고 할 것이다. 주한미군의 핵무기 반입 등을 반대하는 등 협상수위를 높일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온건노선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 일각에서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듯한 자료들이 나오고 있는데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할 것으로 보는가.

△최 부장=국방부에서 나왔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군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 북한이 핵 보유국이라는 가정 하에 군사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따라서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본다. 미국의 입장은 일관되다. 북한의 핵보유는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북의 핵보유가 인정되면 한반도 주변의 불안정이 더 심화된다.

△홍 위원=북한 핵 보유를 인정하면 남한 보유를 인정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동북아에서 미국 영향력이 축소된다.

-오바마 정부의 출범에 맞춰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도 변화가 와야한다고 생각하나.

△김 실장=남북관계가 잘 돼야 미국도 유리한데 이명박 정부는 북한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오바마 입장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문제를 풀 의지가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당장은 아니지만 이견이 돌출될 수도 있다.

△이 실장=대북 정책에 봉쇄와 포용, 양 극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상대가 어떤 태도로 나오든 일단 지켜보는 선의의 무시가 있을 수도 있고 어떤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도 있다. 상황을 봐가면서 타협하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본다.

정리=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강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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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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