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이른바 대한민국 교육특구로 불리는 서울 강남(도곡동)과 목동, 중계동,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등 4개 지역 중·고생 2명 가운데 1명은 심각한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으며, 특히 중학생이 고등학생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유희정 교수팀이 2008년 10월 한달간 4개 지역 학교 학생 1216명(중학생 462명, 고교생 754명)을 대상으로 건강실태를 조사한 결과 50.2%(611명)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대단히 많이 받고 있다고 답했으며, ‘자살을 심각하게 생각해 봤다’는 학생도 13%(159명)나 됐다고 3일 밝혔다. 이는 질병관리본부가 2007년 전국 중·고생을 대상으로 조사해 나온 스트레스 수치(46.5%)보다 다소 높은 편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보통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학업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알려진 것과는 달리, 이들 지역 조사에서는 스트레스를 받는 중학생 비율이 52,4%로 고등학생(48.7%)보다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2007년 전국조사에서는 고등학생 49.9%, 중학생 43.4%가 스트레스를 많이 느낀다고 답했다. 유 교수는 이에 대해 “최근 특목고 진학 등 일찍부터 입시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학업 스트레스 체감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4개 지역 학생들의 신체 건강 상태도 심각했다. 절반이 넘는 61.4%(747명)가 지난 1년간 가장 많이 느낀 증상으로 두통을 꼽았으며, 소화불량(46.8%) 어지럼증(42.1%) 허리통증(41.4%) 등의 순으로 답했다. 56%(681명)는 3가지 이상 증상을 함께 겪고 있었다. 또 잠자는 시간은 59.9%가 6시간 이내였으며, 67.6%는 수면이 불충분하다고 답했다. 식사시간은 74%가 15분 이내였으며, 평소 아침을 거르는 학생 비율도 46%나 됐다. 반면 4명 중 1명(25%)은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 교수는 “우리나라 교육열은 교육 특구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확산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 지역 학생들의 건강패턴은 결국 국내 전체 학생들의 건강상태를 한발 앞서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볼 수 있다”면서 “학생들의 학업 성취에 대한 관심만큼 건강한 발달을 위한 대책과 관심 역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민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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