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폭력으로 얼룩진 3·1절 국회

여·야 폭력으로 얼룩진 3·1절 국회

기사승인 2009-03-01 23:23:01

[쿠키 정치] 3·1절 90주년인 1일 국회는 여야의 폭력으로 얼룩졌다. 쟁점 법안 막판 협상 과정에서 지난해 12월과 올 1월 발생했던 폭력 추태가 재연된 것이다.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본회의장 앞 점거 농성에 돌입하면서 이에 항의하는 민주당과 격렬한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고 부상자도 속출했다.

◇점거 농성…여야 충돌=한나라당 의원들은 저녁부터 국회 본회의장 앞을 점거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직권상정을 막기 위해 본회의장으로 들어가 의장석을 선점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의원 80여명은 오후 7시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긴급 2차 의원총회를 마친 뒤 바로 옆에 있는 본회의장 앞 중앙홀로 자리를 옮겨 김형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촉구하는 연좌 농성에 돌입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김 의장이 미디어법 등 쟁점법안들을 직권상정할 때까지 의원들은 자리를 뜨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중앙홀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가자 민주당 보좌관들은 “경위들이 여당이라고 끌어내지 않고 있다”며 강하게 항의했고, 이 때부터 몸싸움이 시작됐다.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민주당 보좌관들과 실랑이를 벌이다 계단에서 구르면서 상처를 입어 구급차로 병원에 실려갔다.

또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와 민주당 서갑원 수석부대표, 조정식 원내대변인 등이 점거 농성에 항의하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과 충돌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서 수석부대표가 부상했다. 충돌 후 양당은 서로를 향해 ‘폭력 정당’이라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한나라당, 전의 다져=홍 원내대표는 오후 1차 의원총회에서 “여야 협상이 실패하면 3일 밤 12시까지 국회에서 어떤 식으로든 법안을 정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화의 논리에서 힘의 논리로 전환하겠다는 발언도 했다. 의총에서는 이례적으로 동영상까지 동원됐다. 2005년 옛 열린우리당 집권 시절 김원기 전 국회의장을 내세워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본회의장에서 직권상정해 표결처리하는 과정이 약 20여분간 상영됐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 의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상정 무효’ 등을 외치는 장면이 나오자 일부 중진 의원은 “저 장면만 보면 담배가 생각난다”라면서 퇴장했다. 그러나 초선의원 대부분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곧 현실이 될 수 있는 국회 본회의 직권상정 관련 일거수일투족을 눈에 담느라 바빴다.

의총에서는 실제 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시 민주당의 물리적 저지를 봉쇄하기 위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역할 분담 방안도 숙의됐다. 전자투표 방식인 만큼 반드시 본인이 직접 투표해야 한다는 당 지도부의 주의 사항 등도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강온 양면책=민주당은 쟁점법안 처리 문제에 강온 양면책을 병행하면서 협상의 모멘텀을 유지하는데 안감힘을 썼다. 김 의장이 여야 협상 실패 시 직권상정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데다, 여당내 강행 처리 움직임도 확산되자 ‘협상’쪽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25일부터 점거해온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농성을 이날 오전 전격 풀었다. 곧바로 원혜영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극단적 대치를 해결하기 위해 언론관계법과 경제관련법에 대해 민주당이 전향적 자세로 협상할 수 있다”고 대화를 제안했다.

원내대표단의 고위 관계자는 “주말을 고비로 당내에서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하거나, 여당이 법안을 강행처리할 경우 숫적 한계 때문에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는 현실론이 급부상했다”고 말했다. 특히 원내 지도부가 김 국회의장측의 의중을 타진한 결과, 직권처리 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결론을 내린 뒤 당내 분위기가 유화론으로 흘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이런 한편, 물리적 충돌 가능성에도 대비했다. 여야간 회담이 진행중인 상황에서도 숫적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당직자들과 보좌관들을 의사당 건물내로 속속 진입시키기도 했다. 당 관계자는 “1월 국회 때의 등산용 자일 저항에 버금가는 강력한 물리적 저항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손병호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한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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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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