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벼랑 끝 협상에서 야당으로부터 쟁점법안 처리 일정을 받아온 한나라당 협상 대표 3인방은 3일 개선장군 같은 하루를 보냈다. 덩달아 당 지도부의 위상도 대폭 강화되는 분위기였다.
박희태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이 이렇게 단합력을 과시한 때가 별로 없었다"면서 "큰 일을 처리하는데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똘똘 뭉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친이(親李)·친박(親朴)으로 나뉘어 싸움을 벌이던 당내 분란을 봉합하고 임시국회를 잘 마무리했다는 평가에서 나온 자신감이다.
박 대표 개인으로서는 이번 협상을 계기로 '원외'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대표가 원내대표단을 뒤로 하고 협상 전면에 나서 쟁점법안 처리 시점을 한꺼번에 정리했다는 점에서 4월 재보선 출마도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당초 임시국회 마무리후 자진사퇴를 암시했던 홍준표 원내대표는 한숨을 돌렸다. 5월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는 명분을 얻었다. 당내에서 조기에 불거졌던 차기 원내대표 주자들의 행보도 다시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홍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최악의 합의가 최고의 투쟁보다 낫다"고 말문을 열었다. 야당을 장외투쟁으로 내몰지 않고 4월 국회에서의 추가경정 예산안 처리와 6월 비정규직 법안 문제 등을 논의할 틀을 이어갔다는 설명도 했다. 홍 원내대표는 "국회의원 4번 거치면서 갈등 법안이 모두 상정된 사례를 본 적이 없다"면서 상대편인 민주당 지도부에게도 사의를 표하는 여유를 보였다.
박 대표를 보좌해 여야간 법안 세부 이견을 조율한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경제통 정책통 이미지를 확고히 다졌다. 지난달 임 의장이 제안한 여·야·정 협의체 구성도 경제 관련 상임위에 설치될 예정이어서 야당을 확실히 논의틀 안으로 끌여 들였다는 평가다. 임 의장은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인내심 갖고 국회가 정상 가동하도록 하는 좋은 선례를 남겼다"고 자평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우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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