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북한은 군 통신선 차단으로 육로 통행을 제한한 지 하루 만인 10일 개성공단과 금강산으로 가는 경의선과 동해선 육로 통행을 정상화하기로 했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북측은 오전 9시10분 개성공단관리위원회를 통해 우리 측에 오늘부터 인원과 차량의 군사분계선(MDL) 통행을 승인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출·입경 업무가 정상적으로 이뤄짐에 따라 이날 개성공단 근로자 247명이 북측으로 들어갔고, 213명이 남측으로 돌아왔다. 9일 귀환하지 못한 개성공단 근로자 80명은 11일 돌아올 예정이다. 한·미 연합훈련인 '키 리졸브'가 진행되는 동안 개성공단과 금강산 출입자 명단은 군 통신선이 아닌 인편을 통해 주고받게 된다. 그동안 개성공단 출입 명단 승인은 군 통신을 통해 이뤄졌기 때문에 군 통신 단절은 사실상 개성공단 출입 제한을 의미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하루 만에 육로 통행 제한을 해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통행 제한으로 남측 인력이 북한 지역에 장기간 억류될 경우 예상되는 남한 내 부정적 여론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비판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핵 문제 등과 관련해 대미 협상을 앞두고 있는 북한이 이런 부담을 안고 통행 제한 조치를 장기간 유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또 북한으로서는 개성공단 가동에 차질이 생길 경우 입게 될 경제적 손실이 크다. 북측 노동자들은 매년 3300만달러가량의 외화를 급여로 받아가고 있다. 통행 제한이 개성공단의 고용·판매·수출 부진뿐만 아니라 자칫 남측 기업인들의 개성공단 철수 사태로까지 비화될 수 있다. 이는 정치적으로 남한 정부와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민간 차원의 경제 협력을 계속 유지한다는 북한의 정·경 분리 혹은 통민봉관(通民封官) 기조에 배치된다.
북한이 하루 만에 강경한 입장을 번복한 것을 놓고 북한 내 강경파와 온건파 간의 의견 교환이 혼선을 빚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무진 경남대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군 통신 중단 조치 발표 후 개성공단 출입과 관련해 평양 상부와 개성 현지의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거나 통신 차단에 따른 후속 조치에 대해 치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키 리졸브 훈련을 반대하는 메시지로 긴장을 고조시키려 했지만 이 조치가 개성공단 마비로 이어질 가능성을 북한 군부가 계산하지 못했다는 가정이다. 또 대남 강경 조치로 남한의 대북 정책 변화를 끌어내려는 군부 강경파가 군 통신 제한으로 통행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놨다가 김정일 3기 체제를 준비하고 있는 온건한 권력 핵심 세력의 반대에 부딪혔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자신들이 취할 조치를 애매하게 공표한 뒤 하루라는 한정된 시간 동안 남측 근로자의 억류 가능성까지 보여줌으로써 긴장을 극대화한 고도의 전략이라는 해석도 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이번 조치로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을 일시적으로 노출한 뒤 한 발 물러서는 전략을 택해 남한과 미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계속 높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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