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FRB 의장이 15일 CBS방송 ‘60분’에 출연하며 22년 금기를 깼다. 격의 없는 인터뷰 태도는 주위를 더 놀라게 했다. 이날 버냉키는 ‘준비금을 늘린다’는 전문용어 대신 ‘돈을 찍어낸다’는 일상어로 통화정책을 설명했다. 2부 인터뷰에서는 ‘노타이’ 차림으로 사우스캐롤라이나 고향마을을 방문해 사생활을 공개했다. 그는 하버드대에 합격했을 때의 기분과 레스토랑에서 학비를 벌었던 경험을 말하며 8%를 넘은 고실업률에 대해 걱정했다.
이어 보험사 AIG에 대해 “AIG 문제를 논하다가 몇 번이나 수화기를 집어던졌다. 미국인들이 왜 화를 내는지, 은행의 잘못된 투자에 납세자 돈을 쓰는 게 불공평하다는 사실도 잘 이해한다. 하지만 불을 낸 이웃에 화내기 전에 불을 끄는 게 먼저”라며 월가 구제의 필요성을 설득했다. 미 경제의 미래에 대해서는 “불황을 걱정할 단계는 지났다. 올해 안에 침체를 벗어날 수 있다”며 희망적 관측을 내놓았다.
버냉키의 인터뷰는 월가에 대한 대중들의 분노가 도를 넘어섰다는 백악관의 위기감이 높아지는 시점에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은행에 대한 분노가 자칫 은행을 구하려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정책에 대한 분노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같은 날 백악관의 로렌스 서머스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과 데이비드 액설로드 수석고문의 인터뷰도 이를 차단하려는 노력”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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