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북한이 개성공단 통행 제한과 해제를 반복하는 것은 강경한 입장을 보여주면서도 '민간인 억류'라는 남한과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북의 속셈이 근본적으로는 민간 경제협력을 포기하더라도 남한의 대북 정책 전환을 이끌어내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이 표면적으로 내걸고 있는 개성공단 통행 제한의 근거는 '키 리졸브' 한·미연합군사훈련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훈련 중단이 아니라 남북간 긴장 고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정치적 군사적 영역이 아닌 민간 영역 개성공단에서 남북간 갈등을 유도하고 있다"며 "통행 제한을 통해 자신들에게 주도권이 있다는 것을 확인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측이 남북간 긴장을 조성해 유도하려는 것은 현 정부의 대북 정책 전환일 가능성이 높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개성공단 가동이 일시에 중단되진 않겠지만 출입 통제로 어려움을 겪는 남측 기업인과 국민 여론이 정부를 압박해 비난 분위기를 조성하고 대북 정책 전환을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현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찬반 논란이 확산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 통행 제한은 키 리졸브가 끝나는 20일 이후에도 대남 압박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남북이 공동으로 가지고 있는 현안이 많지 않기 때문에 북한은 훈련 기간 이후에도 개성공단 통행 제한을 통해 남한을 압박하고 미국의 관심을 끌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까지 가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에 물자를 대던 중국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남한의 지원과 경협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외국 투자를 계속 유치해야 하는 북한이 외부 투자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스스로 닫을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 대북 정책 실무 담당자는 "한반도 긴장을 최고조로 올리고 남한을 최대한 압박할 수 있다면 개성공단 폐쇄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대내적으로 경제적 요인보다 정치적 요인에 더 큰 영향을 받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남북간 긴장이 완화되고 화해 분위기가 조성될 때 개성공단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 사태는 기본적으로 남북 관계 전반의 낮은 신뢰에서 기인한다는 시각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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