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북한이 개성공단 통행을 재개했음에도 공단 입주 기업인들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개성공단에서 신발 제조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고문중(사진) 평화유통 대표는 17일 “북측의 통행 제한으로 그동안 자재는 물론 기술 지도 인력이 들어가지 못해 어제부터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고 안타까워했다. 경기도 고양에 본사를 두고 있는 평화유통은 2006년 10월부터 개성 현지에서 북측 근로자 450명을 고용, 제품을 생산해왔다.
고 대표는 “현재 개성에는 우리 직원이 한명도 없다”고 말했다. 9일 방북해야할 인력이 북측의 통행 차단으로 들어가지 못했고, 지난 주말 방북을 신청했지만 북측이 또 통행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17일 통행 재개로 원·부자재 물량이 개성공단으로 들어갔다는 보고를 받긴 했지만 공장을 언제 다시 돌릴 수 있을 지는 두고봐야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북한은 하루 방북 인력과 차량을 각각 750명과 차량 450대로 제한하고 있고 통행 제한으로 방북 인력이 많기 밀려있기 때문에 신청을 하려면 또 며칠을 기다려야 한다. 일주일의 통행 차단이 최소 3주에 걸친 생산 차질을 빚는 상황이다. 그러나 고 대표를 가장 불안하게 하는 것은 ‘예측 불가능성’이다. 그는 “내일 또 (북한이) 어떻게 할 지 알 수 없지 않느냐”며 “상황이 매우 안좋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북측의 통행 제한은 제품 수주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 대표는 “앞으로 나갈 상품에 대한 발주가 지금 들어와야하는데 바이어들이 결정을 미루거나 재고를 통보하고 있다”며 “경제는 전체적 분위기와 타이밍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북측의 조치로 입은 우리의 피해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북 당국이 기업인들에게 신뢰를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고 대표는 “우리는 국가와 국가를 믿고 들어갔는데 국가간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업 하는 사람들이 안심하고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정치를 하는 분들이 상황을 안정시켜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개성공단기업협의회는 지난 9일이후 67개 회원사를 포함한 대부분의 업체가 원·부자재 확보량에 따라 가동률이 천차만별이라고 전했다. 이임동 협의회 사무국장은 “현 상황을 남북 관계 경색에서 오는 정치적 문제로 본다”며 “기업이 지장을 받지 않도록 남북 당국이 개성공단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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