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북한이 미국의 식량지원을 거부한 것은 로켓 발사를 앞두고 긴장감을 극대화시키려는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장 식량을 받는 것보다 대미 압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대미 협상력 강화가 장기적으로 더 큰 이득이라는 계산이다. 북한은 올해도 117만t(통일부 추정)가량 식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민들의 희생을 통해 결기를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도움으로 식량 부족분을 어느 정도 해결할 가능성도 있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남북관계 연구실장은 18일 "인공위성 발사를 앞두고 있는 북한은 긴장을 계속 고조시켜 대미 협상력을 극대화시킬 필요가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식량 지원 거부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포기한 식량은 약 33만t으로 북한 식량 부족분의 3분의 1을 채울 수 있는 있는 양이다.
실제로 북한은 식량 포기로 북미간 긴장을 고조시키는데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돌연한 태도변화를 놓고 여러 해석이 제기되면서 북한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오는 4∼8일 로켓 발사를 앞둔 북한의 관심끌기와 긴장감 조성 전략이 맞아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식량 거부는 미국에 대한 북한의 불만 표출로도 해석된다. 북한은 오는 20일까지 진행되는 '키 리졸브'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대해 맹비난해왔다. 키 리졸브를 명분으로 개성공단 통행을 제한해 남한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던 북한은 지원 거부라는 다소 소극적 방식으로 미국측에 항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최종 목표는 미국과의 성공적 협상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식량 분배 모니터링 문제와 관련해 갈등을 빚다 사실상 식량 지원을 중단한 점도 불만으로 작용했을 공산이 크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키 리졸브 훈련에 반발하는 북한이 미국의 식량 원조에 어떻게 반응할 지 주목해왔다"며 "인공위성 발사 계획에 대해 국제사회가 북한을 비난하고 있는데 (식량 거부는) 북한이 처한 상황에 대한 하나의 답"이라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예고에 대해 자제를 요구하는 형태로 여러차례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식량 거부가 대내 선전 수단이 될 여지도 있다. 김정일 3기 체제를 출범을 알리는 축포격으로 로켓을 발사하는 상황에서 미국으로부터의 지원을 포기하는 것은 자립의 상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대외적으로 미국에 계속 대립각을 세우는 면이 크지만 대내적으로는 공화국의 자주성을 선전하는 도구로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올해 식량 부족분 117만t을 미국이나 한국이 아닌 제3국에서 조달할 가능성이 크다. 2006년 핵 실험의 여파로 국제사회의 식량 지원이 급감하자 북한은 부족분을 중국과 태국으로부터 주로 수입해왔다. 최근 북한 김영일 총리의 중국 방문에서 중국과 밀착하려는 북한의 의도가 엿보인다는게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우리 정부는 북한에 쌀을 전혀 지원하지 않았지만 대규모 기아 사태는 보고되지 않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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