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반 아이를 만나면 엄마 뒤에 숨기 바쁘고 또래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노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학교에 가지 않겠다며 떼를 쓰는 바람에 아침마다 엄마와 전쟁을 치르기도 한다.
새학기가 시작되면서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으려 하고, 학교에 가서도 혼자 있거나 여러사람 앞에서 발표할 때 울어버리는 등 ‘지나치게 겁이 많고 수줍어 한다’며 걱정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양·한방 협진 AK클리닉 윤승일 원장은 “3월들어 자녀의 유치원이나 학교 생활적응 문제로 상담을 청하는 부모들이 10% 정도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사소한 일에도 겁을 내고 수줍음을 잘 타는 아이는 불안한 감정을 통제하지 못해 주의가 산만해지고 이 때문에 학습부진을 초래할 수 있다. 또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해 외톨이가 될 뿐만 아니라 매사에 의욕이 없어 먹고 자는 데도 문제가 발생, 성장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이런 아이가 커서 어른이 될 경우 범불안장애나 공황장애, 사회공포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으므로 증상이 심하다면 일찍 전문가의 상담 및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겁 많은 아이는 우선, 타고난 특성 때문일 수 있다. 엄마가 임신 중에 불안정한 감정을 경험하고 유지했을 경우 아이가 이를 태중에서 학습하게 된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이런 아이는 갓난아기 때부터 잘 놀라고 낯가림이 심하며 낯선 상황에서 심하게 위축되는 경향을 보인다.
선천적 기질은 환경적 요구에 의해 쉽게 바뀌지 않으므로 아이가 이를 받아들일 만큼 성장할 때까지는 그대로 받아 주는 것이 도움 된다. 즉 잘 울고 놀랄 때 부모나 선생님이 나무라거나 짜증을 내지 말고 아이가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을 공감하고 이해한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김재원 교수는 “무리하게 불안감이나 수줍음에 직면하는 상황을 만들어서도 안된다”면서 “가령 낯선 곳에 혼자 보내거나 억지로 또래들과 어울리게 하는 등의 행동은 오히려 아이가 더욱 상처받고 마음의 문을 닫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가 바깥 활동을 싫어 한다면 처음에는 부모와 함께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 타기, 가족여행 등을 통해 외부 활동에 흥미를 갖도록 해 준다. 또래와 사귀는 과정을 부담스러워 한다면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자연스럽게 만나는 자리를 마련한다.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상황 등을 미리 연습하거나 매일 일기를 써 가족들 앞에서 발표토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
분리불안 등 정신과적 문제도 소심한 아이를 만든다. 이 경우 아이는 부모와 떨어져 있는 동안 자신이나 부모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서 다시 못 보게 될까 봐 걱정하고, 부모와 같이 있기 위해 학교가는 것을 거부하거나 혼자 있는 것을 무서워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이땐 처음 얼마간 아이와 함께 학교 등에 함께 가 주다 아이가 편안해지면 함께 하는 시간을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
부모의 과잉 보호와 무조건 엄격한 가정 분위기도 문제다. 특히 부모의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고 잘못했을 때 야단이나 체벌을 심하게 하면 스트레스를 받아 아이는 늘 수동적으로 행동하기 쉽다.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송동호 교수는 “아이에게 세상은 부모였는데, 이들이 무섭게 자신을 대하면 주변 환경에 대해서도 두려워하게 되고 집단 생활에서 소극적이 된다”면서 “이런 아이들의 경우 겉으로는 점잖고 순종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부모에 대한 반발심리로 잠재적인 공격성을 키울 염려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민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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