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만달러 사나이’의 힘…美 막강 CEO들 전화 한 통에 ‘쩔쩔’

‘3500만달러 사나이’의 힘…美 막강 CEO들 전화 한 통에 ‘쩔쩔’

기사승인 2009-04-08 18: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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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지구촌] 지난해 12월31일 미국 워싱턴 재무부 청사. 제임스 램브라이트 부실자산구제계획(TARP·7000억달러 규모의 재무부 기금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금융기관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투자책임자의 책상에는 씨티그룹 임원들의 보너스 포기 각서가 쌓여 있었다. 보너스 포기는 자금 지원의 조건이었다.

각서의 숫자를 세던 램브라이트가 게리 크리텐덴 씨티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말했다. “이거 좋은 소식이군요. 씨티는 정부 지원금이 필요없단 얘기지요.” 임원 1명당 1장씩 50장이어야 할 서류 중 몇 장이 누락된 걸 지적한 것이다. 몇 시간 뒤 나머지 서류는 램브라이트의 손에 정확히 도착했다.

이번엔 미국 1위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의 제리 영 CFO가 전화를 걸어왔다. 램브라이트는 “GM건은 오늘 우리에겐 3순위 문제”라며 통화를 거절했다.

이날 하루 램브라이트가 승인한 구제금융 자금은 씨티그룹 200억달러 등 모두 351억달러. 지난해 10월 TARP 분배를 맡은 지 6개월 만에 TARP 잔여자금 3500억달러 중 무려 2500억달러가 그의 손을 거쳐 시장에 풀려나간 셈이다. 미국 경제가 최악의 위기에서 허우적대는 요즘, 38세의 TARP 투자책임자가 월가와 디트로이트를 쥐락펴락하는 막후 실력자로 급부상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 보도했다.

스탠퍼드대와 하버드로스쿨을 졸업한 램브라이트는 월가에서 워싱턴까지 초고속 승진을 거듭한 대표적 금융통이다. 월가 투자은행 DLJ 입사 후 몇 년만인 2001년 수출입은행 최고운영책임자로 발탁됐고, 2005년에는 은행장 자리를 꿰찼다. 지난해 10월부터 ‘3500억달러 사나이’로 불리며 TARP 투자책임을 맡고 있다.

180㎝가 넘는 장신에, 승부욕 넘치는 강렬한 인상의 램브라이트는 TARP 지원사들 사이에서는 터프한 협상 스타일로 악명 높다. “믿기 어려울 만큼 터프해서 은행을 돕는 게 당신 일이라고 상기시켜야 할 정도”라는 게 그를 뽑은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의 평이다. 씨티그룹과의 협상 때 일. “임원의 남편이 심장질환을 앓아 결재서류가 늦게 됐다”는 설명에 램브라이트는 “당신네 그 우아한 검은 세단을 당장 보내 도장을 받아오라”고 소리쳤다.

램브라이트의 존재는 미 경제의 달라진 권력 지형을 상징한다. WSJ는 “재무부 빌딩 밖에서는 무명에 가까운 램브라이트가 가진 파워는 좋든, 나쁘든 미 경제의 권력추가 월가에서 워싱턴으로 기울었음을 웅변한다”고 전했다.

한편 재무부는 금융위기 속에서 손실이 쌓여가는 생명보험사로까지 TARP를 확대하는 계획을 수일 내 발표할 예정이라고 WSJ가 보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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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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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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