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북한의 개성공단 특혜 전면 재검토 통보를 받은 우리 정부가 협상과 강공의 기로에 섰다. 일단 개성공단을 안정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 아래 협상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북한의 로켓 발사 후 대응 조치 차원에서 결정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발표가 지연돼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카드 없는 정부,고민=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22일 "(북측의 통보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을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정부의 방침은 변함이 없다"며 "이러한 기조 위에서 이번 접촉에 임했다"고 말했다. 의류, 잡화, 기계 등을 생산하는 우리 기업 101개가 정부의 방침을 믿고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기 때문에 북측의 통보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개성공단 현대아산 소속 유모(44)씨가 지난 3월부터 억류돼 있는 문제도 우리 정부를 수세적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봉조 통일부 전 차관은 "정부로서는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 보장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유씨가 북한에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유씨 신병을 위해서라도 어떤 식으로든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대화 외에 우리 정부가 선택할 다른 카드도 없다. 현 정부 출범 후 남북관계 경색 속에 개성공단과 관련한 카드를 하나씩 소진해 왔다. 지난해 3월 선제공격론 논쟁으로 개성공단 기숙사 건립이 지연됐고 금강산 피격사건으로 군 통신선 교체도 무기한 보류됐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이번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개성공단은 폐쇄 위기로 몰릴 상황이다.
◇온건론 속 강공 의견도=전문가들은 남북한 양측의 패를 모두 올려놓고 협상을 하는 것이 개성공단을 포함한 남북관계 현안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접촉의 성과는 남북한이 상대방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 내놓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협상의 여지를 넓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양측이 PSI 전면 참여 유보와 유씨 신병 인도 또는 국가원수 비방 중지 등을 하나씩 주고 받는 식으로 대화를 풀어나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부 당국자는 "바둑에 비유하자면 북측이 토지사용료와 노임이라는 매우 절제된 한 수를 뒀다"며 "북측이 바둑판 전체 즉 국내 사정, 남북관계, 국제관계를 모두 고려한 입장을 전한 것으로 보여 우리도 이에 맞게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의도도 모른 채 일방적으로 끌려다닐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북한이 경제적 이익을 위해 협상을 제안했는지, 개성공단 폐쇄 수순을 밟으려는 것인지 면밀히 검토하지 않으면 북측의 개성공단 고사작전에 말려들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 밝힌 PSI 전면 참여를 유예하지 말고 당분간 대화도 미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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