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지난 1월20일 변화를 모토로 백악관에 입성한 젊은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47). 기대와 흥분 속에 출범한 미국의 오바마호(號)가 29일(현지시간) 취임 100일을 맞는다.
◇오바마, 일단 합격=취임 후 시간은 워싱턴포스트의 26일 칼럼 제목처럼 ‘걱정으로 가득찬 100일(A Hundred Anxious Days)’이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소말리아에서 납치 사건이, 북한에선 로켓이 발사됐다. 경제는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하더니 이번엔 돼지 인플루엔자가 퍼지면서 전염병 공포까지 덮쳤다.
그러나 놀랍게도 오바마 정책에 대한 미국민의 100일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26일 뉴욕타임스·CBS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 오바마 지지율은 68%로 전임자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CNN 조사에서도 지지율은 63%를 기록했다.
언론 평가도 우호적이었다. US뉴스앤월드리포트는 27일 정치 관련 블로그를 분석한 결과, 오바마 성적에 대해서는 ‘합격(pass)’이 ‘실패(fail)’보다 월등히 많았다고 전했다. 의미 부여를 자제하던 백악관도 내심 이런 평가에 고무됐다는 게 미 언론들이 전하는 분위기다.
◇무슨 일 있었나=출발 총성과 함께 오바마 정부는 전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약속했고, 고문 관련 메모를 공개하는 등 과거 청산을 본격화했다. 진보적 사회정책도 속속 추진됐다. 남녀평등임금법 서명, 낙태시술 단체 자금 지원 허용, 배아줄기세포 연구 정부 지원 재개, 온실가스 배출 상한 추진 등이 그런 조치들이다.
적과의 대화도 활발해졌다. 일명 ‘스마트 외교’다. 러시아와 핵무기 감축협상을 재개키로 했고, 반세기 적대국가였던 쿠바 제재를 완화했다. 우호의 제스처도 아끼지 않았다.
오바마가 직접 이란에 화해 동영상 메시지를 보낸 데 이어 최근에는 반미 좌파 대표주자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악수를 나눴다. 잘 나가던 스마트 외교는 현재 북한이란 장애물에 부딪친 상태. 손을 내밀었다가 뺨을 맞은 미국에서는 보수파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무엇보다 ‘오바마 100일’의 최대 함정은 경제였다.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는 월가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공분을 일으키면서 금융 정상화가 더 힘들어졌다. 자동차 ‘빅3’ 문제도 파산보호 신청이라는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형국. 게다가 실업률은 8%를 넘어섰고, 내년 재정적자는 사상 최대폭이 될 전망이다.
◇빛 바랜 100일 평가=기념일 직전 터진 멕시코발(發) 돼지 인플루엔자 확산은 백악관을 당황케하고 있다. 미 언론들이 돼지 인플루엔자 보도에 열을 올리면서 100일 평가가 시들해진 것. 최근 2∼3일간 주요 신문들의 1면은 돼지 인플루엔자로 도배돼 100일 관련 특집기사들은 대부분 뒷면으로 밀리거나 관심권에서 멀어졌다.
평소라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캐슬린 시벨리우스 보건장관 지명자의 의회 인준 지연도 연일 비판받고 있다. 시벨리우스가 돼지 인플루엔자 대책의 주무 장관인데다 덩달아 산하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소장 임명도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9일 예정된 오바마의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핫이슈는 돼지 인플루엔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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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그래◀ 또 연예인 마약… 영구퇴출 해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