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월 뉴욕 증시를 폭락시킨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의 첫 금융구제 계획 발표 이후 재무부에서 백악관의 입김이 강해진 과정을 1일 소개했다.
직접적 계기는 지난 2월10일 가이트너 장관의 공식 데뷔 첫날 벌어진 증시 폭락 사태였다. 애초 가이트너는 준비 부족을 이유로 발표를 미루고 싶어했다. 그는 백악관 회의에서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큰 전략 뿐인데 그들은(월가) 전술에 목말라 한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듣지 않았고 결국 증시는 5%나 폭락했다. 이런 와중에 구제금융을 받은 보험사 AIG의 보너스 잔치 사태까지 터졌다.
백악관은 가이트너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치적 조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때부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시 아래 이매뉴얼 비서실장의 개입이 시작됐다. 변화는 3월 금융시장 안정계획 발표 때 확연히 나타났다.
발표 1주일 전인 3월15일 백악관 대책회의. 회의 시작 3시간이 흐른 오후 6시에도 결론이 나지 않자 오바마는 “식사 후 필요할 때까지 계속 남아 있겠다”며 참석자들을 독려했다. 결국 밤 10시까지 이어진 마라톤 회의 끝에 최종안이 도출됐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3월23일 가이트너가 계획을 발표하자 다우지수는 500포인트나 급등했다.
한편에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가이트너 등 재무부 관리들은 백악관의 훈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재무부가 인력 부족을 겪는데다 백악관 지원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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