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는 9학기?…학교 머무는 학생 늘어, 왜?

서울대는 9학기?…학교 머무는 학생 늘어, 왜?

기사승인 2009-05-04 17:32:01


[쿠키 사회] 서울대학교 고고미술학과 조윤정(25)씨는 10학기째 학교에 다니고 있다. 4학년 때 실업디자인 복수전공을 결심했기 때문이다. 그는 9학기 20학점, 10학기 17학점을 신청했다. 조씨는 “1년을 더 다니는 만큼 학점 관리도 하고 교육센터를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 어문계열에 재학 중인 진모(26)씨는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기 위해 한 학기 더 다니는 케이스다. 그는 복수전공으로 경제학을 선택해 경제 관련 과목을 수강했다. 그러나 전공이 다른 경제학은 쉽지 않았고 결국 평균 학점이 떨어졌다. 마케팅 분야 취업을 노리는 진씨는 추가 학기를 신청해 떨어진 학점을 올리고, 미뤄뒀던 면접준비를 하고 있다.

비싼 등록금을 들여가며 학교에 머무는 서울대생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4일 서울대에 따르면 서울대 졸업생(2월 졸업생 기준) 중 9학기 이상 학교를 다닌 학생 비율은 2001년 38.02%였으나 지난해 45%, 올해 47.66%에 이르렀다. 졸업생 절반에 가까운 학생이 8학기를 넘기고 있는 것이다. 늦은 졸업이 많은 8월 졸업생을 합치면 그 비율은 더 높아진다. 여기서 학기등록에 포함되지 않는 휴학기간(어학연수 등)과 군 복무기간(현역 22개월)까지 합하면 졸업까지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학생들이 말하는 늦은 졸업의 이유는 다양했지만 결국 ‘취업’으로 귀결됐다. 추가 학기를 신청해 다니는 고시준비생 배모(29)씨는 “부담 없이 공부하기 위해서는 재학생 신분으로 남는 게 낫다”며 “학교에 적을 두고 있으면 도서관 같은 시설을 이용하거나 지원받는 게 수월하다”고 말했다. 경제학을 복수전공하느라 졸업이 늦어졌다는 국문학도 김모(26·여)씨는 “복수전공을 하지 않았다면 내가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긴 힘들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사범대생 김모(27)씨 역시 “이제 네임밸류로 먹고사는 시대는 끝났다”며 “(취업을 위해) 초과학기를 해서라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학업 외 다른 이유로 학교에 오래 남는 것은 사회적 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성균관대 김민호 교수는 “9학기 이상을 다니는 대부분 학생들은 학점 관리를 위해 사회 진출을 미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비용이 크고 학문발전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생들에게는 300만원에 이르는 등록금도 부담스러운 문제다. 저학년 때 학과 외 활동을 하느라 밀린 전공공부를 위해 1년을 더 다닌다는 김혜성(25)씨는 “등록금이 만만한 건 아니다”라면서 “부모님께 추가학기를 다녀야겠다고 말씀드렸더니 탐탁지 않게 여기신다”고 했다. ‘서울대를 갔으면서도 취업을 못해 5학년에 다니는구나’하는 주위의 시선은 학생들이 넘어야 할 또 다른 벽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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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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