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전 세계 아편의 90%를 생산하고, 인구의 6%(20만명)가 중독자인 나라. 이슬람 극단주의 탈레반과의 전쟁이 한창인 아프가니스탄이다. 1970년대 왕정 붕괴 이후 30여년간 이어져온 아프간의 무정부 상태는 세계 최대의 마약 천국을 탄생시켰다.
최근 미군이 탈레반의 자금줄인 아편 생산지를 공격하겠다고 선포한 가운데 뉴욕타임스가 6일 수도 카불 도심의 마약소굴을 직접 취재, 보도했다.
한때 공산주의 이념의 선전장이던 소비에트문화센터는 반복되는 시가전에 그을리고 무너져 내렸다. 폐허를 접수한 것은 마약 중독자들. 새벽부터 줄을 지어 몰려든 인파는 순식간에 수백명으로 불어났다. 이곳을 거쳐가는 사람들은 하루 평균 2000명 안팎. 600명 정도는 아예 붙박이들이다.
떡진 머리에 동공이 풀린 사람들은 제각각 웅크린 채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이내 건물 안은 마약에 취해 고꾸라지고 널브러진 사람들로 가득찼다. 구석에는 시신들도 보였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무하메드 아프잘(18)은 마약을 들이켜며 “여기선 자기 목숨을 자기가 챙겨야 한다. 안 그러면 살아서 나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신문은 소굴 안 풍경을 “수백명이 각자의 환각에 빠져 있는 모습은 기괴한 인간 쓰레기더미 같았다”고 묘사했다.
센터에 여성은 없지만 그렇다고 여성 중독자가 없는 건 아니다. 바깥 출입이 자유롭지 않은 여성 중독자들은 대부분 집에 숨어 지낸다. 6명의 자녀를 둔 주부 아지자가 그런 경우. 2년 전 사고로 남편을 잃은 뒤 마약에 빠진 그는 기자가 찾아갔을 때 아예 아이들 앞에서 마약을 했다.
신문은 “한 번, 두 번, 엄마가 성냥불을 붙이는 데 실패하자 옆에 서 있던 열살 딸이 성냥을 빼앗아 불을 붙였다. 이어 엄마는 만족한 듯 연기를 들이마셨다”고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
▶뭔데 그래◀ 도요토미 호위무사역 최홍만, 꼭 그래야 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