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니 “콜린 파월 공화당원 아니다”

체니 “콜린 파월 공화당원 아니다”

기사승인 2009-05-11 16:50:00
[쿠키 지구촌] “공화당원 관점에서 러시 림보를 택하겠다. 콜린(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은 벌써 당을 떠났다. 그가 아직도 공화당원이었느냐.”

10일(현지시간) CBS TV 시사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한 딕 체니 전 미국 대통령은 파월과 라디오 진행자 림보 사이의 최근 설전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렇게 말했다. 놀란 진행자가 “파월이 공화당원이 아니라는 뜻이냐”고 되물었다. 체니는 “파월은 (민주당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했다. 그게 공화당에 대한 파월의 충성심과 이해관계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답했다. 림보는 막무가내식 독설로 논쟁을 몰고 다니는 대표적 극우 인사다. 체니는 림보 편을 드는 것으로 공화당의 오랜 동료 파월에게 일종의 공개 파문(破門)을 선언한 셈이다.

체니와 파월의 악연은 뿌리가 깊다. 두 사람은 1991년 아버지 부시의 이라크전 당시 국방장관(체니)과 합참의장(파월)으로 만난 후 아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전 때는 부통령과 국무장관으로 재회했다. 그러나 매파 수장 체니와 온건 합리주의자 파월의 관계는 내내 불편했다. 파월은 95년 회고록에서 “그(체니)와 나는 거의 4년간 개인적으로는 단 한 시간도 함께 한 적이 없다”며 둘의 사이를 에둘러 표현했다. 승자는 체니였다. 강경파 체니, 로널드 럼스펠드(당시 국방장관)에 밀린 파월은 결국 부시 2기 내각 때 국무장관에서 물러나야 했다.

둘의 해묵은 신경전이 수면 위로 재부상한데는 공화당의 혼란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대선 패배 후 구심점이 사라진 공화당에서는 현재 백가쟁명식 투쟁이 한창이다. 한편에서 환경문제 등에 대해 중도적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다른 편에서는 림보류의 극우주의가 판치고 있다. 이 와중에 파월이 림보를 비판하고 림보가 “파월은 민주당에 가보라”며 설전을 주고받자 체니가 공개적으로 림보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미 정치전문 폴리티코는 체니의 발언에 대해 “방향을 상실한 공화당 내부에서 매파와 온건파간에 내전이 재개됐다”고 해석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
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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