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전면전과 게릴라전, 자폭테러로 악순환을 거듭한 아시아 최장의 내전. 7만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리랑카의 '피의 내전'이 17일 마침내 마침표를 찍었다.
소수 타밀족의 무장 저항이 시작된 1972년부터 37년, 타밀엘람해방호랑이(LTTE)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내전이 시작된 83년부터 따지자면 26년만이다. 그러나 150여년간 스리랑카를 식민지배했던 영국의 주류 신할리족 우대 정책이 야기한 스리랑카의 민족분쟁이 2세기의 긴 역사를 마감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LTTE가 17일 인터넷을 통해 전격적으로 항복을 선언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스리랑카 정부가 북동부 LTTE의 마지막 거점을 포위한 뒤 군사작전 승리를 선언한 지 하루만이다. 셀바라사 파스마나탄 LTTE 외무 대표는 이날 친(親)타밀반군 웹사이트에서 "전투가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됐다. 우리에게는 적들이 우리 민족을 학살하는 마지막 변명거리를 제거하는, 마지막 선택만이 남게 됐다"며 "LTTE는 교전을 중단하기로(silence our guns)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숨진 생명들이 우리의 유일한 후회이며,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사실이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우다야 나나야카라 정부군 대변인은 완충지대 '워존(war zone)'으로부터 수만명의 민간인들이 풀려났다고 말해 상황이 종료됐음을 확인했다. 하루 전날인 16일에는 마힌다 라자팍세 스리랑카 대통령이 요르단에서 "정부군의 헌신적 노력으로 LTTE를 마침내 격퇴했다"고 발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LTTE는 결사 항전을 거듭 다짐했으나 하루가 지나지 않아 공식 항복 선언이 나온 것이다.
현재 북동 해안 물라이티부의 3.1㎢ 밀림지대에 포위된 타밀반군 잔여병력의 운명에 대해서는 엇갈린 보도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LTTE 벙커 안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들렸다"며 벨루필라이 프라바카란 LTTE 최고 지도자가 이미 자폭했을 것이라고 추측했으나 확인되지 않았다.
LTTE가 민간인들과 함께 집단자살이나 자폭테러를 시도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봉쇄지역 인근에서는 민간인 보트를 가장한 자살테러가 보고됐다. 일각에서는 LTTE가 게릴라전을 통해 생존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