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존엄사 허용 논란

서울대병원 존엄사 허용 논란

기사승인 2009-05-18 22:31:00
[쿠키 문화] 서울대병원이 말기 암환자가 연명 치료 중단을 원할 경우 법적 절차를 거쳐 이를 허용하기로 해 파장이 예상된다. 이같은 결정은 21일 대법원의 존엄사 최종 판결을 앞두고 나온 것으로, 서울대병원이 의료계를 대표해서 존엄사 판결에 적극적인 의사 표명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대법원이 “인간의 생명은 그 누구도 침해 할 수 없다”는 취지로 기존 하위법원의 존엄사 허용 판결을 뒤집을 경우 새로운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서울대병원은 최근 열린 의료윤리위원회(위원장 오병희 부원장)에서 ‘말기 암환자의 심폐소생술 및 연명치료 여부에 대한 사전의료 지시서(advance directives)’를 공식적으로 통과시켰다고 18일 밝혔다. 말기 암환자의 사전의료 지시서가 마련된 것은 서울대병원이 처음이다.

사전 의료지시서는 통상적으로 환자가 정신이 흐려지지 않고 자발적 의사 표현이 가능한 상태에서 작성하는 일종의 ‘의료에 대한 유언장’을 말한다. 서울대병원이 마련한 의료지시서는 연명 치료로써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치료를 받을 것인지에 대해 말기 암환자가 본인의 선택을 명시하게 돼 있으며, 환자가 특정인을 대리인으로 지정할 수도 있다.
의료계 내에서 존엄사가 논의될 때 가장 적절한 해결책으로 언급되던 사전의료 지시서를 의료윤리위가 통과시킴에 따라 사실상 말기 암환자의 의지에 따라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실제 말기 암환자 치료를 맡고 있는 이 병원 혈액종양내과에서는 이미 지난 15일부터 환자들에게 사전의료지시서 작성을 추천하고 있으며, 단계적으로 적용을
확대한다는 게 병원측의 설명이다. 병원 측은 이번 조치에 대해 그동안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면서도 진료현장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연명치료 중단에 대해 서울대병원이 의료계를 대표해 적극적인 의사표명을 시도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 병원은 이 같은 근거로 지난 2007년 1년간 서울대병원에서 암으로 사망한 65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말기암 환자 중 123명(15%)에서 무의미한 심폐소생술이 실시됐다는 점을 들고 있다. 또한 현행법으로 보호받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436명(85%)의 말기 암 환자 가족들이 심폐소생술을 거부했고, 이를 의료진이 받아들여 연명치료 중단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병원 측은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세훈 교수는 “아직 연명치료 중단에 대해 문서화 된 게 없는 상황에서 법적으로 체계를 만들어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민태원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