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도는 기업 구조조정…살 곳이 없다

겉도는 기업 구조조정…살 곳이 없다

기사승인 2009-05-19 17:5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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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경제] 기업 구조조정이 겉돌고 있다. 정부의 강도높은 채찍질에 각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 기업들의 버티기 측면도 있지만 인수·합병(M&A) 매물이 쏟아지고 있는데다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섣불이 M&A를 했다가는 경영 위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까지 나서 구조조정을 강요하고 있지만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드라이브가 속도를 못내는 이유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정부가 사실상 강제적으로 일부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들의 계열사 매각을 유도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은데다 반 공개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M&A 자체가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18일 라디오 연설에서 “긴장을 늦출 시점이 아니다. 지금이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는 적기”라며 구조조정 주문 수위를 높였다.

구조조정의 적기였던 지난해 말에는 투자를 독려했던 정부가 경기 회복 조짐이 보이는 최근에 이를 강요하면서 기업들도 시간이 흐르기를 바라며 미적거리고 있다. 사실상 타이밍을 놓쳤다는 것이다. 다반 밖으로는 소리를 못내고 속으로만 앓으면서 일단은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분위기다.

한 기업 관계자는 “외환위기 때는 위기의 직접적 원인이 국내 기업들에게 있었고, 대기업 평균 부채율이 400% 이상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며 “그러나 지금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원인인 데다 기업들의 회계 구조도 불투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시장의 불확실성도 기업 구조조정을 더디기 하는 요인이다. 지난해 M&A 시장의 최대 매물이었던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시장여건 악화로 M&A가 무산됐으며, 동국제강도 쌍용건설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까지 체결하고도 금융시장이 불투명해지자 포기했다.


특히 정부의 구조조정 방식에 대한 불만이 크다. 경제 상황에 따라 구조조정의 방식은 달라야 하는데 현 상황은 팔 비틀기식의 구조조정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개별 기업이나 업종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부채율 등 몇 가지 지표를 놓고 일률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려는 방안도 수긍하지 못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임의적 잣대로 구조조종을 강권하면 잘만 추스릴 경우 경쟁력이 있는 계열사도 매각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조선·항공 업종의 재무 약정을 늦춰달라고 정부에 건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구조조정 차원에서 기업을 팔고 싶어도 사 줄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도 문제다. 매각 가격이 너무 내려가도 기업 입장에서는 팔기 힘들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금호생명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구조조정을 이끌어야 할 주채권 은행도 ‘제 코가 석자’다. 구조조정 시 막대한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하고, 대기업에서 부실여신이 발생할 경우 수익성 악화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주선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본부장은 “정부 주도의 임의적 구조조정은 비상상황에서는 유효하겠지만 현재가 그런지는 의문”이라며 “상시 구조조정 시스템을 통해 시장 상황에 맞춰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효과를 낼 수 있고,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강준구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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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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