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의료계는 21일 대법원의 존엄사 인정 판결에 대해 “환자의 존엄한 죽음에 관한 자기 결정권과 회생 여부에 대한 의학적 판단을 모두 존중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대체로 환영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법원 판결이 일선 의료 현장에서 바로 적용되기는 힘들며 존엄사 적용 범위와 판정 기준, 절차 등에 대한 의료계의 공통된 지침 마련과 사회적 합의도 함께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존엄사 남용을 막기 위해 각 병원 윤리위원회 등에는 해당 병원 의사뿐만 아니라 다른 병원 의사와 종교인, 법학자, 윤리학자 등을 포함시켜 철저하고 객관적인 판단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대법원 판결로 연명 치료에 대한 법제화 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의협 좌훈정 대변인은 “단, 금번 대법원 판결은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개략적 요건만을 판단하고 있으므로 사회적 동의를 받을 수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립암센터 윤영호 기획실장도 “연명 치료 중단의 대상과 시기(임종 시기), 중단될 수 있는 치료의 종류(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 별로 제한해 의료 현장에 적용 가능한 표준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그동안 환자와 가족들의 암묵적인 동의하에 말기 환자에 대한 무의미한 연명 치료 행위를 중단해 온 대학병원들도 공개적으로 존엄사 문제를 다룰 윤리위원회 구성이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섰다. 서울대병원이 최근 ‘말기 암환자의 심폐소생술 및 연명 치료에 대한 사전진료지시서 작성 제도’를 허용한 데 이어 이번 소송의 당사자인 세브란스병원도 3단계로 이뤄진 존엄사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경희의료원 동서신의학병원은 기존 뇌사판정위원회를 활용하거나 독립된 위원회를 따로 구성해 앞으로 불거질 존엄사 문제에 대처할 방침이다. 이 병원 의료윤리위원장인 이정일 소화기내과 교수는 “앞으로 존엄사 선택 문제를 놓고 환자와 가족 구성원간, 그리고 의료진과의 갈등 상황이 빚어질 개연성이 아주 크다”면서 “뇌사판정위원회나 독립 위원회 등에서 이를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민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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