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잇따른 미국의 대이란 유화 제스처 속에 서아시아 일대에서 이란의 세력확장이 가시화되고 있다.
차기 대선(6월12일)을 앞두고 최근 지대지 미사일 시험 발사를 성공리에 마친 이란은 24일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정상들과 처음으로 3자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란은 파키스탄과는 별도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설치를, 아프간에는 경제재건을 위한 전폭적 원조를 약속했다.
뉴욕타임스는 25일 “(3개국 정상회담은) 이란이 역내 파워로 부상하고 있다는 가장 최근의 증거”라며 “9·11테러와 아프간(2001년), 이라크전(2003년) 이후 이란이 지역 판도를 바꾸는 새 변수로 등장했다”고 해석했다.
◇기지개 켜는 이란=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파키스탄의 아시프 알리 자르다이, 아프간의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테헤란 선언’에 서명했다.
선언은 이슬람 극단주의와 마약 밀거래를 척결하기 위해 공동 협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향후 최고위급 정기 협의체 창설 방안도 논의됐다. 무엇보다 이번 정상회담은 대표적 반미국가 이란이 미국을 배제한 채 아프팩(아프간+파키스탄) 정상을 한자리에 불러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3개국의) 문화와는 전혀 다른 이방인들”이라며 아프간 주둔 미군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얼마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굳건한 공조를 다짐했던 아프간과 파키스탄 대통령은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별도의 양자회담에서도 적잖은 성과를 거두었다. 이란과 파키스탄은 몇 년째 논의만 계속되던 이란∼파키스탄 가스파이프 건설에 전격 합의했다. ‘평화의 파이프라인’로 명명된 총 연장 2700㎞의 파이프라인이 5년 후 완성되면 이란 천연가스가 파키스탄을 거쳐 인도로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아프간과의 회담에서는 경제지원을 공식화했다. 이란은 아프간 서부 헤라트시티와 이란을 잇는 8000만달러 규모의 도로를 올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건설하고 있다.
◇속내 복잡한 미국=시아파 이슬람 국가인 이란과 수니파 파키스탄은 오랜 라이벌 관계다. 파키스탄은 이웃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손잡고 이란과 사사건건 부딪쳐왔다.
이란·아프간 관계는 조금 더 미묘하다. 탈레반 집권기 아프간과 적대적이었던 이란은 탈레반이 미군에 의해 쫓겨난 2001년 이후 탈레반 세력을 지원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란은 탈레반을 미국과의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화해 제의에 이란은 이중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란은 지난 3월 아프간 국제회의에 미국의 초청을 받아들이며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한편 유럽 남부까지 사정권에 둔 사거리 2000㎞의 미사일 시험 발사를 감행하며 핵무기 개발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아프간전 승리를 위해 이란의 도움이 절실한 미국은 우려를 표하는 수준에서는 신중하게 대응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란은 선거를 앞두고 대내용 강경발언을 쏟아내면서 대외적으로는 선거 후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암시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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