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끝내 파산보호 신청…예고된 몰락

GM 끝내 파산보호 신청…예고된 몰락

기사승인 2009-06-02 00:05:01


[쿠키 경제] 세계 자동차 업계의 거인 제너럴모터스(GM)가 쓰러졌다. GM은 미 제조업의 자존심이자 가장 미국적인 것을 뜻하는 상징이었다. 그러나 시장동향 판단 착오에 따른 제품의 경쟁력 약화, 강성 노조와 지나친 복지비용 지출 및 최고경영자(CEO) 리더십 부재 등이 겹치면서 이름만 남긴 채 영욕의 101년 역사를 마감하게 됐다.

◇예견된 GM의 몰락=GM의 역사는 1904년 빌리 듀런트가 뷰익을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1908년 공식적으로 GM이 창립된 이후 올즈, 캐딜락, 오클랜드 등을 차례로 합병하며 덩치를 키웠고, 1931년 세계 1위에 올라 지난해 도요타에 자리를 내줄 때까지 76년간 1위를 지켰다. 'GM에 좋은 것은 미국 경제에도 좋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GM은 이미 80년대부터 곪아왔다.

70년대 오일쇼크를 계기로 미 소비자들은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의 큰 자동차보다 작고 효율적인 차량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빅3는 그러나 픽업트럭이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갔다. 결과적으로 90년대 이후 소형차 시장은 일본이나 한국에 내어주고, 고급 승용차는 유럽에 시장 잠식을 허용한다. GM이 2005년부터 지난 1분기까지 880억달러의 손실을 낸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GM의 위기를 가중시킨 것은 노사관계였다. 수익률과 무관하게 매년 근로자들의 임금은 올랐고, 구조조정과 해외공장 이전 등은 노조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했다. 또 현직 근로자들은 물론 퇴직자와 그 가족에게 회사는 종신토록 연금과 의료보험을 지급해야 하는 의무를 졌다. 2006년의 경우 회사가 의료보험을 부담하는 퇴직자와 부양가족 수가 43만명을 넘어섰고, 그 돈은 자동차 1대당 1500달러 정도를 차지했다.

CEO들의 근시안적인 경영 전략도 한몫했다. 80년 이후 로저 스미스, 잭 스미스, 릭 왜고너 등 GM의 CEO는 대부분 재무·금융 전문가였고 이들은 자동차보다는 금융 부문을 통해 자산을 불리는 데 관심을 뒀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순식간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GM, 살아날 수 있을까=미 정부는 GM의 회생을 위해 300억달러를 추가 투입하고 6∼18개월 안에 민간에 매각키로 했다. 앞서 270억달러의 채권을 보유한 GM의 채권단은 지난 30일 채무조정안 투표를 통해 54%가 정부의 구조조정안에 찬성했다. 이에 따라 GM의 최대주주는 미 정부로 지분은 60%다. GM이 사실상 '거번먼트 모터스(Government Motors)'로 바뀌는 것이다.

GM은 파산보호를 통해 우량자산은 모두 '뉴GM'에 넘기고,부실자산은 청산·매각하게 된다. 프리츠 핸더슨 GM CEO는 "이날은 GM을 더욱 유연하고 고객 지향적이며 경쟁력 있는 회사로 재창조하는 시점이며, 이로써 GM은 빠르게 실적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뉴GM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사무직 퇴사자 등의 복리 후생을 축소하고, 2400여개의 딜러를 줄일 계획이다. 또 올해와 내년 시보레 카마로, 에퀴녹스 및 캐딜락 SRX 크로스오버 등 신차들을 차질없이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자동차 수요 부진과 업체간 경쟁 심화 등 눈앞의 현실은 만만치 않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올해 자동차 수요는 지난해보다 800만대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미 시장조사기관인 JD파워앤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향후 5년간 미국 시장에서만 매년 60개 정도의 신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파산보호 신청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한 GM으로서는 이탈하는 고객들을 잡기가 힘에 벅찰 수밖에 없다. 또 미 정부가 최근 발표한 연비 강화 기준을 맞추는 데도 막대한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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