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힘든 상황에서도 뭔가 이뤄낸 것이 대견스러워요. 수상도 기쁘지만 무엇보다 아픈 사람 하나 없이 모두 건강한 게 더 고맙습니다.”
국내 첫 중증 장애인 합창단이 한국을 넘어 전 세계인의 마음을 울렸다. 홀트아동복지회 소속 ‘영혼의 소리로(Voice of the Soul)’ 합창단은 지난 11∼13일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열린 ‘2009 안톤 브루크너 국제합창대회’에서 참가 특별상을 비롯해 특별 연주상, 특별 지휘자상 등 3개 상을 동시에 받는 감격을 누렸다.
33명의 합창단원을 이끈 지휘자 박제응(45·사진)씨는 15일 본보와 국제전화 통화에서 “비록 전문가적인 기교와 실력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많은 외국인들이 가슴을 열고 마음으로 들었기에 깊은 감동이 전달된 듯하다”며 소감을 전했다. 한국교회음악원 강사로 창단 때부터 자원봉사하고 있는 박씨는 “이번 수상은 지난 10년간 노력의 결실”이라고 소개했다.
“단원 대부분이 중증 발달 및 지적 장애가 있어 악보와 가사를 읽을 수 없습 상태입니다. 노래 한 곡 외우는 데 한달 정도 걸리는 이들이 가사와 멜로디를 외워 국제 무대에 설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습니다.”
국제합창올림픽위원회(ICOC)가 주최한 국제적 권위의 이번 대회에는 세계 13개국 22개팀이 참가했으며, 장애인 합창단이 출전한 것은 처음이다. 영혼의 소리로 합창단은 공식 경쟁 프로그램인 남녀 혼성 부문에 참가해 브람스의 ‘자장가’ 한국 민요 ‘강강수월래’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 등 4곡을 불렀으며, 사물놀이 공연도 선보여 1000여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특히 한국 노래 외에는 독일어 영어 이탈리아어 라틴어 등 원곡 언어로 불러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박씨는 “지난 8개월간 지휘자인 내 입 모양을 흉내내며 화음을 맞췄다”고 했다.
1999년 창단된 영혼의 소리로 합창단 단원들은 대부분 장애 때문에 부모에게 버림받아 홀트일산아동복지타운에서 생활하는 이들이다. 단원 연령은 최연소 최민기(6)군부터 최고령 한대영(58)씨까지 다양하다. ‘누난 증후군’이란 성장장애를 앓고 있는 최군은 특히 이번 대회 마지막 ‘우정의 콘서트’ 순서에 평소 꿈꾸던 지휘봉을 직접 잡고 ‘오 솔레미오’를 지휘해 뜨거운 박수 갈채를 받았다.
영혼의 소리로 합창단 성공 뒤에는 ‘숨은 후원자’ 힘이 컸다. 특히 중외제약 이종호(78) 회장은 2003년 5월 대한간호협회 창립 80주년 기념식장에서 이들의 노래를 처음 들은 뒤 “모두가 삐뚜름하게 서서 노래했지만, 나에겐 천상의 목소리 같았다”며 그 이후 줄곧 후원회장을 자처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민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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