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오늘 오전 외교부에서 사망 사실을 공식적으로 연락을 받았으나 도저히 믿기지 않습니다.”
지난 12일 예멘 북부 사다에서 납치돼 피살된 엄영선(34·여)씨의 유가족들은 16일 오전 외교통상부로부터 사망 소식을 전해 듣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며 사실로 믿기지 않은 듯 망연자실했다.
동네 주민들도 “젊은 나이에 혼자 외국에 나가 봉사활동을 한다는 얘길 듣고 주변의 칭찬이 자자했다”며 엄씨의 피살을 애통해 했다.
엄씨의 아버지(63)와 여동생(31)은 이날 오전 10시30분쯤 경기도 수원시 세류동 H아파트 자택을 나섰다. 오전 외교부로부터 연락을 받고 수원역에서 전철을 타고 외교부로 가기 위해서다. 전날 저녁부터 언론과의 접촉을 피한 채 물 한 모금 입에 대지 못했다는 아버지 엄씨는 매우 수척한 모습이었다.
집을 나선 유가족들은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극도로 아꼈다. 엄씨는 “경황이 없어서 지금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며 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나 서울로 향하는 전철 안에서 엄씨는 “오늘 오전 외교부에서 딸이 사망했다고 공식적으로 연락을 받았다”며 “여권을 만들어야 하니 외교부로 오라고 해서 가는 길”이라고 입을 열었다.
엄씨는 “일주일 전 딸이 안부전화를 걸어 대화한 게 마지막”이라며 “잘 지내고 있고, 8월에 돌아온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이 두 번째 자원봉사활동이었다”며 “예멘에 갈 때 위험한 곳인지 나도 몰랐고, 딸도 그런 얘기를 안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딸이 평소 봉사활동을 많이 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그런 얘기 해봐야 뭐 하냐”며 입을 굳게 닫았다.
유가족들은 정오에 종각역에 도착한 뒤 1시간여 동안 청계천 등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다 오후 1시10분쯤 정부중앙청사 인근 외교부 청사에 도착했다.
당초 2시에 만나기로 했던 외교부 관계자들은 유가족들이 예정보다 일찍 도착하자 급히 여권과로 이동해 긴급 발급절차에 들어갔다. 외교부 관계자는 “통상 여권을 신청하면 발급까지 4∼5일 정도 걸리지만 이처럼 긴급한 상황일 때에는 1시간 이내 발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예멘 북부 사다에서 무장단체에 납치됐다 피살된 국제의료자원봉사단체 월드와이드서비스(WS) 단원 엄씨는 봉사활동을 위해 한국을 떠났다가 10개월여 만에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오게 됐다. 수원=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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