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청계천은 거대 도시 서울을 살리는 영리한 ‘녹색 수술(green surgery)’입니다. 작은 물줄기 하나가 만들어낸 변화가 놀라웠습니다.”
해외 환경전문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그린 코리아’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해 한국의 청계천과 새만금, 태안 갯벌, 비무장지대(DMZ) 등을 돌아본 페드로 카세레스(39) 스페인 일간지 ‘엘 문도’ 과학부 기자는 인상 깊었던 견학지로 청계천을 꼽았다. 친환경이 옛것을 회복하는, 지극히 소박한 작업일 수 있다는 것을 실증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만난 그는 “청계천 일대는 주변보다 2∼3도 낮아서 시원하게 느껴졌다”며 “이런 온도 차이가 ‘열섬’ 서울의 대기를 움직이면서 순환모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놀라워했다. 청계천 복원을 서울이라는 건물에 전기 환풍기를 다는 대신 바람 통하는 창문을 낸 것에 비유한 그는 “천문학적 예산과 첨단기술 없이 콘크리트를 걷어내는 것만으로 목표를 이뤘다”며 “친환경은 반짝반짝 빛나는 작은 아이디어가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 처음 왔다는 그는 ‘좁은 땅, 많은 인구, 거대 경제’로 요약되는 특수성이 환경문제에 관한한 한국을 흥미로운 사례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놀라운 건 헬리콥터를 타고 내려다본 한국의 산. 풍성한 숲 못지 않게 정상까지 이어진 등산로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등산객의 모습은 이채로웠다.
카세레스 기자는 “부지런히 가꾼 숲 위에 마구 난 도로라는 모순적인 풍경은 한국이 인간의 삶과 자연의 조화를 놓고 얼마나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라며 “한국인들에게 녹색 성장이 선택이 아니라 생존전략이라는 사실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페인의 고민은 연간 5000만명에 달하는 관광객들이라고 했다. 관광산업을 위해 위락시설을 건설하고 부족한 수자원을 마구 쓰면서 국토가 황폐화됐다.
그는 “보수 우파정당 PP의 호세 마리아 아즈나르 당수는 얼마 전 ‘지구 온난화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시대착오적 주장을 했다”며 “유럽에서 좌·우파의 경제 정책은 비슷하지만 환경 정책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월간 환경섹션 ‘나투라’의 편집장도 겸임하고 있는 그는 “지구를 구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삶을 구하는 것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해외문화홍보원이 주최한 ‘그린 코리아’는 미국 뉴욕타임스, 프랑스 르 피가로 등 전세계 14개국 유력지의 환경전문 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5일부터 6일동안 열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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