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경악하고 분노한다(apalled and outraged)’ ‘비난한다(condemn)’ ‘개탄한다(deplore)’.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기자회견 내내 이란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란어로도 번역돼 백악관 홈페이지에 공개된 이같은 오바마 발언에 대해 미 언론들은 “지난 12일 이란 대선 후 나온 가장 강력한 비난”이라고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미국과 국제사회는 (시위대에 대한) 협박과 구타, 구금에 경악과 분노를 느낀다. 이런 부당한 행위를 강력히 비난한다”며 “희생당한 무고한 생명들을 미국민과 함께 추모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이란인들이 보여준 용기와 존엄의 증인이 되고자 한다”며 “어떤 철권통치도 세계가 평화시위를 목격하는 걸 막을만큼 강하지 않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바시지 민병대 총격으로 사망한 이란 여대생 네다 아그하 솔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다의 동영상을 본 뒤 가슴이 무너질 듯 아팠다”며 “정의를 위해 일어선 이들이 역사에서 정의의 편에 서있음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계속되는 유혈사태에도 그간 오바마의 논평은 냉정했다. 지난 15일 “근심스럽다”고 처음 이란 사태에 말문을 연 그는 16일 언론 인터뷰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데 그쳤다. 1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지난 20일 시위 직후에도 “이란 정부는 자국민에 대한 모든 폭력적이고 부당한 행동을 멈추라”는 짤막한 성명을 발표했을 뿐이다.
오바마 발언 수위가 높아진 것에 대해 백악관측은 지난 주말의 폭력사태, 그 중에서도 네다의 충격적 죽음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란사태의 전개 과정이 오바마의 대응 수위를 높인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네다 동영상 유포 후 백악관 관리들이 오바마가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란인의 곤경을 외면한다”는 보수파의 압박도 한 몫했다.
강경기조로 선회하긴 했으나 오바마는 이란 대선을 조작이라고 규정하거나 대이란 금수조치를 언급하는 것은 자제했다. 대이란 정책의 목표가 핵개발 저지에 있기 때문이다. 혁명의 성공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시위 지지로 대화채널을 봉쇄하는 것은 미국에 위험한 선택이다. 오바마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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