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대학가가 시험 부정행위(커닝)로 몸살을 앓고 있다. 명문대, 비명문대를 막론하고 남의 열매를 공짜로 따먹겠다는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실력보다 편법으로 성공하려는 세태를 대학생들이 일찍부터 배운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남긴다.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학생회는 24일 "약대 2학년생 80여명 중 최근 기말고사에서 커닝이 의심되는 10명 정도의 학생을 조사한 결과 6∼7명의 학생이 커닝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여러 과목에서 커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회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부정행위가 파악된 사람은 대학 본부 징계위원회 회부를 요청할 것"이라며 "절반 이상의 학생들에게 잘못이 있으면 처벌을 받으라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커닝을 한 학생들은 손바닥과 책상 등에 예상되는 답을 적어두고 베낀 것으로 조사됐다.
학생회의 진상조사는 서울대생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 지난 18일 올라온 고발 글이 계기가 됐다. 글을 쓴 학생은 "약대 애들이 대놓고 커닝을 했다"며 "커닝한 것도 나쁜데 더 안 좋은 건 '좀 하면 어떠냐'는 반응"이라고 했다. 순식간에 "커닝을 한 학생들은 진실을 밝히고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댓글이 수십 개 달렸다.
뒤늦게 조사에 나선 약대 측은 "'2학년생들이 다수 커닝을 했다'는 소문에 대한 진상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현재까지 적발된 사람은 2명이지만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약대 학생은 "커닝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도 최소한 묵인했다"며 "커닝은 전공 과목 전체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졌고, 2학년 학생들은 모두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대에서 커닝 논란이 불거진 점은 충격적이지만 대학가에서 커닝은 해묵은 숙제다. 경기대는 지난해 10월 치러진 졸업 토익시험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 학생 10명을 적발했다. 최근 기말고사를 치른 숙명여대 김모(25)씨는 "시험 때 사소한 커닝은 공공연히 일어난다"며 "시험 보기 전 책상에 답안을 깨알같이 적어놓거나 포스트잇에 적은 다음 몰래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 자정 노력을 벌이지만 크고 작은 커닝은 계속 일어나고 있다. 9년째 무감독 시험을 실시해온 경희대 박현 경제학과 교수는 "남과 끊임없이 비교되는 우리나라 상황이 학생들의 커닝을 부추긴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커닝한 학생에 대해 불만을 품기보다 스스로 양심을 지킨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도록 의식이 개선돼야 커닝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대 교육학과 이영수 명예교수는 "커닝을 하면 절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는 인식을 갖도록 제도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진영 권지혜 이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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