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미 1965년 수학자 I J 굿은 컴퓨터가 스스로 똑똑해지는 ‘지능의 대폭발(intelligence explosion)’을, 93년 수학자이자 SF소설가 버너 빈지 샌디에이고주립대 교수는 ‘수퍼지능 출현과 인간 시대의 종말’을 예언했다. 이들의 예언대로 AI는 서비스 로봇과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형태로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과학자들도 AI의 사회적, 윤리적 의미를 탐색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지난 2월25일 세계적 컴퓨터 과학자와 인공지능 연구자, 로봇기술자들이 모인 가운데 캘리포니아 몬터레이만 애실로머 컨퍼런스장에서 미국 인공지능학회(AAAI)의 비공개 세미나가 열린 사실이 공개됐다고 뉴욕타임스가 26일 보도했다. 세미나 보고서는 올해 안에 발표된다. 이들은 현재 AI 수준을 ‘바퀴벌레 단계’라고 평가했으며 자발적 인명사살이 가능한 AI가 이미 개발됐거나 근미래에 가능해질 것이라는 데 대체적으로 동의했다.
참석자들은 인류 멸망을 노리는 수퍼지능의 출현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로봇 노동력이 가져올 사회 경제적, 법적, 윤리적 변화는 생각보다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인 차량과 로봇 가사도우미 같은 로봇 인력이 일자리 경쟁에 뛰어들면 사회적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 또 인간이 로봇과의 사회적 관계맺기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과 음성합성기 같은 첨단기기가 범죄단체에 유입됐을 때 벌어질 위기 상황 등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에릭 호비츠 AAAI 회장은 “지난 5∼8년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과학기술자들이 종교를 대체하고 그들의 아이디어가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제 현상황에 대해 평가와 진단을 해야 한다”며 “(AAAI는) AI 연구가 재앙이 아니라 사회진보를 돕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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