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미군기지 건설 합의…라틴아메리카 역학 구도 요동

콜롬비아 미군기지 건설 합의…라틴아메리카 역학 구도 요동

기사승인 2009-07-31 17:39:02
[쿠키 지구촌] 미국과 친미 콜롬비아가 콜롬비아에 미군기지를 건설하기로 사실상 합의하면서 버락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잠잠하던 라틴아메리카 역학 구도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남미 좌파블록은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하고 반·친미 대표격인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 국경에는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남미 대륙 절반이 미군 작전권=미국과 콜롬비아간 기지 임대협상은 지난 15일 프레디 파디야 콜롬비아 국방장관 권한대행이 청문회에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확인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미군의 남미 거점으로 활용돼온 에콰도르 만타 공군기지는 올 7월 10년 임차 기간이 만료됐다. 좌파 성향의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오래 전 재임대 불가 방침을 밝혀 재임대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AP통신은 31일 “양측이 세부내용을 확인해주지 않았지만 10년 임차 협상이 사실상 합의됐다”며 8월내 5차 협상을 통해 서명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남미의 반미 블록은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에보 모랄레 볼리비아,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은 “(미군이) 콜롬비아를 통해 남미를 침공하려고 한다”며 미국을 맹비난했다. 콜롬비아에 대해서는 “반역 행위를 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임차될 콜롬비아 기지는 팔란케로, 말람보, 아피아이 공군기지 3곳과 카리브해의 카르타헤나·태평양의 말라가 해군기지 2곳이다. 이중 남미 미군 작전의 허브가 될 팔란케로 기지는 활주로 길이 3.5㎞에 항공기를 60대까지 수용할 수 있어 8대로 제한됐던 만타 기지 규모를 뛰어넘는다. 미군 주둔 인력도 최대 1400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게다가 팔란케로 기지에서 출발하는 C17 군수송기는 재급유 없이 남미 절반을 커버할 수 있다. 남미 내 미군 작전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는 셈이다. BBC방송은 “미군의 역할은 마약 밀매 적발과 콜롬비아 좌파 게릴라 소탕 지원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꼬이는 남미 역학구도=미국, 남미 좌파블록, 친미 콜롬비아 사이의 3각 긴장은 러시아의 개입으로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좌파 국가들이 미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오랜 우방인 러시아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군기지 협상 사실이 알려지고 2주일 뒤인 지난 27일 베네수엘라는 러시아와 BMP3 전투장갑차, T72 전차 등 군사장비 구매계약을 체결했다고 군사전문지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가 전했다. CNN은 “차베스 대통령이 이 무기들을 서구 방어 플랜에 따라 콜롬비아 국경지대에 배치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개입이 베네수엘라 콜롬비아간 병력 증강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은 “좌익 게릴라조직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 캠프를 급습해 베네수엘라에서 유입된 것으로 보이는 대전차 병기를 발견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30일 콜롬비아 주재 대사를 소환하고 외교 관계 단절을 거론하며 강하게 항의했다.

존 린제이 폴런드 라틴아메리카화해연대 공동대표는 “미국의 군기지 확보가 남미의 정치 군사적 안정을 무너뜨리고 특히 베네수엘라 콜롬비아간 군비 경쟁에 불을 붙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
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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