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당국이 지난달 31일 이라크와의 접경지대에서 체포된 미 여행객 3명을 국경 침범과 스파이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AP통신이 5일 보도했다. 체포된 이들은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쉐인 바우어(27)와 환경운동가 조쉬아 파탈(29), 여행작가 세라 쇼어드(30). 지난 31일 이라크 동부 관광도시 아마드 아와를 여행하던 중 월경해 이란 국경도시 마리반에서 국경수비대에 체포됐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상 이들은 단순히 길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관리는 “조사 결과 이들이 월경을 한 정치적, 군사적 이유는 없었다. 실수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라진 곳은 길이 좁고 국경 표시가 명확하지 않은 산악지대였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란의 강경파 국회의원 모하마드 카림 아베디는 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 “당국이 이들의 스파이 행위 여부를 조사해서 사실로 드러나면 법적 절차를 받을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국경을 넘는 걸 용납할 수 없다. 비난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래 이란과 외교 관계를 단절해온 미국은 현재 이란 주재 스위스 대사를 통해 이란 당국과 접촉하고 있다.
여기자 억류 문제에서 북한 전략의 유효성을 확인한 이란이 여행객들을 일종의 인질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 미국은 답답해졌다. 미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북한 사례가 이란에도 고위 사절을 보내야 한다는 압력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이란에는 이들 이외에도 마지아르 바하리 뉴스위크 특파원 등이 억류돼있다. 지난 5월에는 이란계 미국 기자 록사나 사베리가 스파이 혐의로 8년형을 선고받았다가 사면됐다.
한편 선거 부정 논란으로 지지기반이 흔들린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외면 속에 5일 의회에서 취임식을 갖고 집권 2기를 시작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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