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학회는 6일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주에 있는 바우바우시에서 사용되고 있는 무문(無文)언어인 ‘찌아찌아’어의 공식 문자로 한글이 채택됐다고 밝혔다. 바우바우시는 지난달 16일 한글로 쓰인 찌아찌아어 교과서를 출간했다. 이어 지난 21일부터 이 지역의 학교에서 한글을 이용한 찌아찌아어 수업도 시작했다. 찌아찌아 부족은 전체 인구가 6만명 정도인 소수민족이다.
학회는 중앙 정부와 마찰이 없을 지역, 한국에 노동자를 파견하거나 한국 문화에 친밀감을 느끼는 국가라는 전제조건 아래 한글을 보급할 곳을 찾다 지난해 5월 바우바우시에 눈길을 돌렸다. 같은 해 7월 바우바우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바우바우시 소라올리오 지역 주민회의는 한글을 자신들의 문자로 결정했다. 바우바우시 교사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5월까지 서울대에서 한국어 연수도 받았다.
그동안 한글의 세계화 사업은 관련 학회에서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결과는 신통찮았다. 문자가 없는 외국의 소수민족에게 한글을 문자로 삼게 하려 해도 소수민족이 속한 국가에서 협조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바우바우시 지방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있는 데다 한글을 이용한 교과서가 초등학교 교재로 채택돼 현지에서 한글이 뿌리 내릴 가능성이 높다.
훈민정음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서울대 김주원 교수는 “한글 세계화 사업은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 정신을 받들어 문자 없는 민족에게 문화를 비추는 일”이라며 한글 첫 수출의 의미를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한국어 세계화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북미 CIS(독립국가연합) 아시아 중동 등 100개국에서 2206개의 한국어 보급 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초·중등학교에 한국어 과목이 채택된 국가는 15개국에 628곳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진영 라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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