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오는 10월 재선거에 출마할 지역구로 지목한 경남 양산은 지역 민심이 그리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았다. 민심을 요약하면 "양산을 정치 철새들이 잠시 머물다가는 곳으로 내버려 둘 수 없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14일 양산을 찾았다. 선거를 염두에 둔 첫 공식 행보다. 박 대표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김양수 전 의원과 친박계 유재명 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 야권의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송인배 전 청와대 비서관 등 재보선 예비 주자들이 통도사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했다.
그러나 이들을 바라보는 지역 주민들의 시선은 냉담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외지인이 선거 때만 양산에 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주부 강모(49)씨는 박 대표에 대해 "내내 서울에 있다가 왜 오는지 모르겠다"면서 "여당에서 누가 나오든 다 똑같다. 그렇다고 민주당 지지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 20년을 살았다는 주민 김모(43)씨는 "오래전에는 김해와 양산이 한 지역구였다가 나뉘어졌고, 김해는 발전을 많이 했지만 양산은 너무 뒤떨어져 있다"면서 "타지에서 온 정치인을 뽑아봐야 소용없다는 분위기가 많다"고 전했다.
통도사 입구에서 만난 회사원 김모(47·여)씨는 "양산에는 맨날 타지 사람만 나온다"며 "후보들이 한나라당 공천만 받으면 다 된 것처럼 생각하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뽑아보자는 의견들이 많다"고 말했다.
양산은 부산의 신도시 격이어서 외지인 출신 비율이 85% 정도로 높아 발전에 대한 기대도 크다.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하던 이모(33)씨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선정에도 떨어지는 등 이웃한 부산과 김해에 비해 발전 속도가 너무 더디다"고 지적했다.
이런 민심을 의식한 듯 예비 주자들은 양산이 '제 2의 고향'임을 강조했다.
부인까지 대동한 박 대표는 "제 처를 (인접한) 내원사 계곡에서 처음 만났다"며 "우리 부부는 양산에서 태어났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17대 총선 직전 부친이 사망하자 묘소를 양산에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박 대표에 밀려 한나라당 공천에 떨어지더라도 "끝까지 확실하게 간다"고 의지를 다졌다. 유 연구원도 "부모님을 통도사에 모셨다"고 말했다. 양산=국민일보 쿠키뉴스 우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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