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아프가니스탄 건설회사 사장 칼리드 칸은 지난 4월 북서부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탈레반 병사들에게 납치됐다. 침략자 미국을 돕는다는 죄목이었다. 우물에 허리까지 파묻히는 협박 끝에 그는 몸값 10만달러(약1억2600만원)를 내고 두달여만에 풀려났다. 그가 하청받은 구간은 고작 6㎞에 불과하나 탈레반에 대한 공포 때문에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공사가 멈춘 곳은 비단 여기만이 아니다. 2007년 아시아개발은행(ADB)의 9억달러 투자로 시작된 아프간 메인 고속도로 ‘링로드’ 북서부 구간은 탈레반의 파상공세로 최근 몇개월간 사실상 건설이 중단됐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대선전(20일)에서 링로드가 하미드 카르자이 현 대통령의 실정과 무능의 상징으로 떠올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7일 보도했다.
링로드는 수도 카불과 남부 칸다하르, 서부 헤라트, 북부 마자르이샤리프를 잇는 3098㎞의 환형도로로, 남쪽 절반 구간은 지난 5월 미국의 투자로 보수 공사를 마쳤다. 하지만 전체의 10%에 해당하는 북서부 미완성 구간은 25억달러가 투자되고도 탈레반 공격 때문에 지뢰밭이 돼버렸다.
반대파들은 “카르자이 통치 실패의 리트머스 시험지”라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대선 후보 아시라프 가니 전 재무장관은 “일찍 완공됐다면 교역이 활성화되고 테러진압도 훨씬 용이했을 것”이라며 “링도로는 깨진 약속의 상징이 됐다”고 비판했다. 프랭크 맥캔지 아프간 주둔 미군 대령은 “아프간 정부는 안전한 도로를 건설, 유지할 능력을 확인시켜줘야 하는데 반란군들이 이를 방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링로드는 1960년대 이래 40년간 건설과 중단을 반복해온 아프간의 국가적 숙원사업이다. 내륙국가 아프간의 활로가 북부 중앙아시아와 남부 인도,이란 시장 연결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탈레반의 공격은 선거가 다가오면서 더 대담해지고 있다. 지난 4일 로켓 공격을 시작으로 15일 차량 폭탄테러까지 이달에만 6∼7건의 크고 작은 테러가 발생했다. 아프간 정부는 투표소 14%를 테러위협에 노출된 위험 투표소로 분류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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