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前대통령 서거] “한 시대가 졌다” 슬픔에 잠긴 가족, 측근들

[김前대통령 서거] “한 시대가 졌다” 슬픔에 잠긴 가족, 측근들

기사승인 2009-08-18 23:13:00


[쿠키 정치] 이희호 여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임종 20여분 전 "하나님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저희에게 보내주세요"라며 간절한 기도를 올렸다. 배석했던 최경환 비서관의 전언이다. 이 여사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급히 상경한 권양숙 여사와 손을 부여잡고 서로의 등을 어루만지며 깊은 슬픔을 나눴다.

◇이 여사의 간절한 기도=이 여사는 18일 오후 임시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실에서 가족들 가운데 가장 먼저 헌화했다. 기독교인인 이 여사는 헌화와 분향을 마친 뒤 허리를 깊이 숙였다. 이 여사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다 의료진과 인사를 나누던 중 끝내 오열하며 주저 앉았다.

이 여사가 헌화를 마친 뒤 장남인 김홍일 전 의원이 휠체어에 의지한 채 김 전 대통령 빈소에 헌화했다. 이어 홍업 홍걸 등 삼형제가 차례로 분향을 마쳤다.

김 전 대통령 서거 직후 봉하 마을을 출발한 권 여사는 오후 9시쯤 아들 건호씨와 문재인 전 실장 등과 함께 빈소를 찾았다. 이 여사와 권 여사는 영정 앞에서 한동안 말을 잊은 채 부등켜 안고 오열했다. 권 여사는 "겹쳐서 이런 슬픈 일이 일어났습니다. 여사님 흔들리지 마십시오"라고 위로했다. 이 여사는 "대통령께서 멀리서 오신 것을 아시면 대단히 기쁘게 생각하실 것"이라며 간신히 말을 이었다.

앞서 이 여사는 오전 10시30분쯤 김 전 대통령이 위중하다는 의료진의 말을 듣고 "내가 곁에 있어야 겠다"며 김 전 대통령이 투병중이던 병원 9층 중환자실로 들어섰다. 전날 저녁에는 김 전 대통령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하나님께서 당신을 지켜주시고 일어나실 힘을 주실 거에요. 꼭 일어나세요"라고 말했다고 최 비서관이 전했다.

◇"유서는 남기지 않아"=40여년 정치를 함께해 온 동교동계 권노갑 한화갑 한광옥 김옥두 전 의원과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병상 옆에서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봤다. 동교동계 측근들은 다함께 "사랑해요"라며 고별인사를 했다. 박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을 오래 모셨지만 그렇게 평화스런 모습은 더 없었을 정도로 좋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유서 여부에 대해 "여사님께서도 특별히 유서를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이 입원 며칠전 까지도 일기를 써 왔기 때문에 책상이나 서랍 등에 보관돼 있는지는 찾아봐야 한다며 여운을 남겼다.

서거 소식이 알려진 직후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을 비롯한 동교동계 인사 30여명은 옆 건물인 장례식장으로 자리를 옮겨 병원측과 빈소 문제를 상의했다. 모두 침통한 표정으로 입을 굳게 다물었다. 권 전 고문은 "지금은 말할 수 있는게 없다"며 비통함을 표했다. 동교동계 측근들은 빈소 옆에 길게 늘어서서 밤새 조문객들을 맞이하며 상주 역할을 나눠 맡았다.

측근들은 "한 시대가 졌다"며 애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명숙 전 총리는 충혈된 눈으로 "그 연로하신 몸으로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서 열씸히 싸우셨다"면서 "우리가 부끄러울 정도로…"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이렇게 중요한 시대에 운명하셔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 "전 분야에서 역사적 업적을 남기신 큰 분이 가셨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우성규 강창욱 기자
mainport@kmib.co.kr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우성규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