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2007년 7월 나미비아 시골 마을 오티베로에 제파니아 카메타 주교가 독일 구호단체 회원들과 함께 나타났다. 나미비아는 국민 대다수가 하루 1200원 미만으로 연명하는 아프리카 빈국이다. 그중에서도 오티베로는 어린이의 42%가 영양실조에 허덕이는 극빈 마을이다. 마을주민 1000명을 소집한 카메타 주교는 매달 100나미비아달러(약1만6000원)를 지급하겠다고 선언했다.
카메타 주교와 구호단체 회원들은 6개월 뒤 플래스틱 카드와 현금지급기를 가지고 이곳을 다시 찾았다. 그리고 1인당 100달러씩 월급을 주기 시작했다. 조건은 없었다. 노령연금을 받지 않는 60세 이하 주민이면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같은 액수를 받았다. 사용처에 대한 조사도 없었다.
오티베로 마을의 실험은 에이즈 단체와 개신교단 등 독일 비정부기구들이 시작한 빈곤 구제프로그램 ‘기본 소득(Basig Income Grant·BIG)’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24개월 짜리 구호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돈은 마치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처럼 지급됐다. 수혜자를 선별할 필요가 없어 관료적 병폐도 사라졌다.
지금까지 1년8개월간 진행된 실험이 가져온 변화는 놀라웠다고 최근 이 마을을 방문한 독일 주간 슈피겔이 최근 보도했다. 일곱 자녀와 함께 옥수수죽으로 연명하던 싱글맘 사라 카탕골로는 40마리 닭과 옥수수 텃밭의 주인이 됐다. 첫 월급으로 산 병아리 두 마리와 옥수수 씨앗으로 일군 것이다. 그리고 다섯 자녀는 학교에 다닌다.
7자녀의 어머니 넴브와야(35)는 빵집 사장으로 변신했다. 100달러를 받자마자 밀가루와 이스트를 산 그는 집앞에 구덩이를 파고 빈 캔에 빵을 구워 팔았다. 10개월만에 3000달러짜리 오븐을 구입할만큼 성공한 그는 하루 250달러를 버는 비지니스우먼이 됐다.
주민들이 월급을 술로 날릴 것이라는 백인 농장주들의 예측은 빗나갔다. 마을 위원회는 월급날에는 술을 팔지 말도록 주점 주인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마을 어린이의 92%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고, 영양실조 비율도 10%로 떨어졌다. 범죄율도 낮아졌다.
나미비아 정부는 최근 의회 조사단을 오티베로 마을에 파견했다. 성공적이라고 판단되면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이 프로그램을 210만명 전 인구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백인 농장주들의 불만은 커졌다. 한 독일계 농장주는 “100달러를 받으면 90달러의 일을 해주는 게 자본주의”라며 “이들은 여전히 더럽고 가난하며 나아진 건 아무 것도 없다”고 불평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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