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북한은 김대중 전 대통령 측근들을 통해 고위급 조문단 파견 의사를 전해왔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추석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등 5개항의 교류사업에 합의한 데 이어 또다시 남북 당국간 대화 대신 민간채널을 활용한 것이다.
북한의 이같은 기조에 대해 '통민봉관(通民封官·민간과는 교류하고 당국간 대화는 하지 않는다)'과 '선민후관(先民後官·민간과 먼저 대화하고 당국간 대화는 뒤에 한다)'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조문단 방문으로 남북 당국자가 직간접적인 접촉을 할수 있는 기회를 갖게됐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조문단, 남북 당국간 대화 물꼬 틀까=북한이 조문단 파견 의사를 전달한 기구는 통일전선부 산하 조선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다.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위원장을 겸직하는 이 기구는 최근 현정은 회장과 5개항 합의를 도출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가 5개 합의 사항에 대한 당국간 대화가 필요하다는 강조하고 있는 마당에 이뤄지는 북측 당국자들의 조문 방문은 의미가 클수밖에 없다.
물론 북한이 정부 아닌 민간 채널을 선택한 것은 대북정책에 대한 불만을 넌지시 표출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북측이 제1차 남북정상회담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김대중 평화센터'의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과 박지원 의원에게 조문단 파견 의사를 전달한 것은 6·15 정신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 언론 보도를 통해 조문단 파견 사실을 알았다"며 정부가 배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조문단 파견을 결정한 것 자체가 화해 제스처로 보는 시각도 많다. 북한이 실제 정부를 배제하려는 의도가 있더라도 조문이 서로의 오해를 푸는 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정부 기대반 우려반=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전날 "북한이 조문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수용 의사를 밝혔었다.
이에따라 북한 조문단이 향후 남북관계 진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북한 조문단이 방문할 경우, 비공식 회동이긴 하나 현 정부 들어 첫 남북 고위급 교류라는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다. 또 북한이 겉으론 "정부간 대화는 없다"는 자세를 취하면서도 물밑에서 남북 대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국제사회의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는 북한이 민간 채널만으로는 실타래 처럼 꼬인 상황을 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조문단이 당국간 접촉을 하지 않고 조문만 하고 돌아가는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어느 정도 고위급 인사가 조문단을 이끌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현재로선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조문단 대표를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하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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