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무서워” 거점약국 신종플루 무방비…타미플루 재고분도 바닥

“우리도 무서워” 거점약국 신종플루 무방비…타미플루 재고분도 바닥

기사승인 2009-08-25 17:12:02

[쿠키 사회] 신종 인플루엔자 의심환자가 몰려들면서 거점약국마다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 재고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확진을 받거나 의심환자가 아닌 사람까지 예방 차원에서 타미플루를 사려고 나서고 있다.

일선 약사들은 의심환자와 접촉이 늘고 있는데도 마스크조차 갖추지 못한 채 신종 플루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본보 취재팀이 25일 서울 지역 102개 거점약국 중 주요 지역 10곳을 무작위로 뽑아 확인한 결과 약사들은 한결 같이 타미플루 재고 부족을 호소했다. 확진·의심 환자가 아닌데도 처방전을 받아 항바이러스제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확진·의심 환자가 아니면 타미플루 10알에 3만6000원 정도를 주고 사야 한다.

서울 원남동의 한 거점약국에서 일하는 약사 A씨는 “오늘만 10명이 해외여행을 앞두고 타미플루를 구입하러 왔지만 재고가 없어 절반 이상을 되돌려보냈다”며 “의심환자나 확진환자가 아니면 3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구입해야 하는데 돈은 괜찮으니 약을 달라는 문의 전화가 하루 종일 걸려 온다”고 말했다.

물량 확보가 어려워 확진·의심 환자가 아니면 아예 타미플루를 팔지 않는 약국도 있다. 반포동의 한 약국 약사 B씨는 “보건소에서 확진·의심 환자 대상으로 나눠준 무료 물량 외에는 처방전을 가져와도 팔지 않는다. 예방 목적으로 돈을 주고 타미플루를 구입하려면 거점약국이 아닌 약국에서도 살 수 있는데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정부는 유통기한을 기존 4년에서 6년으로 늘리는 등 물량 확보에 안간힘이다. 정부 비축 항바이러스제는 2004년 8월에 만들어졌고 유통기한은 지난해 8월까지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는 “실험으로 안전성을 확인한 후 유통기한이 4년이었던 타미플루 재고분의 유통기한을 2년 늘렸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거점약국의 약사들은 약국을 찾은 환자로부터 신종 플루가 감염되는 것을 막을 대비책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보건소에 약사 감염 예방책을 물어도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방배동의 한 거점약국 약사 C씨는 “약국에서 마스크를 쓰고 손님을 맞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보건당국이 규정을 마련하거나 조언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감염이 걱정되자 아예 처방전을 받은 사람에게 직접 백신을 배달하는 고육지책을 쓰는 약국까지 등장했다. 하계동의 한 거점약국 약사 D씨는 “감염을 막기 위해 인근 거점병원과 협력해 환자를 받지 않고 약을 배달하고 있다. 병원에서 팩스로 처방전을 보내주면 준비한 약을 환자의 집으로 보낸다. 대면을 피할 수 있어 그나마 안심이 된다”고 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신종 플루 의심환자라도 약국을 가는 행동 자체를 막을 수 없다. 거점약국 예방책은 각 지역 보건당국에 맡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
양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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