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내년도 국방예산이 7.9% 가량 늘어나야 한다는 이 장관의 견해와 3.4∼3.8% 증가로도 충분하다는 장 차관의 의견이 정면 충돌한 것이다. 이 장관은 육군 대장을 지낸 군 출신이며, 장 차관은 지난 대선 당시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 경제정책의 얼개를 만든 경제관료 출신 측근 인사다.
국방부 관계자는 26일 “이 장관이 내년도 국방예산 삭감 움직임에 반대하는 소견을 담은 서한을 25일 청와대 대통령실장과 외교안보수석, 경제수석, 그리고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인편으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서한에서 국방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전년 대비 7.9% 증가한 30조7817억원으로 편성해 기획재정부에 제출했지만 관련 부처 협의과정에서 3.8% 증가로 수정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와 불만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장관은 장 차관이 예산안 삭감안을 사전 보고없이 청와대에 독자적으로 보고한 데 대한 분노를 서한에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장 차관은 지난 7월25일 국방부 예산관련 워크숍을 주관하면서 “줄일 것이 있으면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초 11.5% 증가토록 편성된 방위력 개선비를 5.5% 가량 줄이는 안을 만들어 이달 초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서한에서 “차관의 행동이 일부 군인들이 봤을 때는 하극상으로 비쳐질 수 있다”며 “차관의 개인적 사견에 불과하다”고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각을 앞둔 시기에 이 장관의 서한이 외부로 공개돼 정치적 후폭풍과 군 내부의 동요가 우려된다.
국회 국방위 소속 일부 의원들은 장관을 제치고 차관이 청와대에 직보를 한 것은 “군 지휘 통수체계를 무력화시키는 심대한 월권행위”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서종표 의원(예비역 육군 대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군의 기강을 무너뜨린 장수만 차관을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하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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