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탈모증은 보통 동전 한 개만한 크기로 머리가 빠지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머리 전체가 빠질 정도로 심각한 탈모를 일으킨다. 실제 이번 국가유공자 판결을 받은 사례의 경우를 보면, 군에 입대한 지 8개월 만에 머리에 3군데의 원형 탈모가 나타났고 이를 치료하는 동안 3개월 만에 머리 전체와 눈썹, 겨드랑이에까지 탈모가 나타난 중증 원형탈모증이었다.
강한피부과 강진수 원장은 “이번 판결을 보면 군생활 동안의 극심한 스트레스가 원형탈모증을 유발한 것을 인정해 공무상 재해로 판결한 경우인데, 실제로도 환자들을 접하면 스트레스로 인해 원형탈모증이 나타난 경우가 많고, 모양이 보기 흉하다보니 증상이 심할수록 원상복구되지 않을까 염려 때문에 심적 고통이 큰 탈모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 원형 탈모증의 원인과 증상
원형 탈모증의 원인은 아직 분명하지 않지만 유전적 요인, 정신적 요인, 면역학적 요인으로 인한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으로 이해되고 있다. 즉, 집안에 탈모가 유전이거나, 극심하게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처해있거나, 면역학적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혈액 속에 있는 T 임파구가 자신의 털을 자신의 몸의 일부로 인식하지 못하고 공격해 모발의 탈락을 유발하는 것이다.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아토피 피부염처럼 과도하게 면역체계가 작동하면서 우리 몸을 스스로 공격하는 면역질환의 일종인 셈이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스트레스가 심할 때 원형탈모증이 나타난 경우가 많다. 시험스트레가 심한 수험생과 고시생, 취업 스트레스가 심한 대학생들이나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에게서 많다. 심지어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등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유아나 아동한테 나타나는가 하면 영화 개봉을 앞둔 영화배우, 시합성적에 압박을 받는 운동선수들 사이에서도 원형탈모가 나타나기도 한다.
증상은 보통 동전만한 크기로 머리가 뭉텅이로 빠지는 곳이 한 두군데 나타나는 것에서 시작한다. 드물게는 눈썹, 속눈썹, 수염에도 생길 수 있는데 증상이 심해지면 빠지는 부위가 점점 커져 동전크기에서 야구공 크기로 탈모반(동그랗게 머리가 빠진 부분)이 확대되기도 한다. 때로는 머리카락 전체가 빠지는 온머리 탈모증(전두 탈모증)이 나타나거나 전신의 털(다리, 겨드랑이, 음모 등을 포함)이 빠지는 전신 탈모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원형탈모증은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이 사라지지 않는 한 증상이 계속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우선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을 벗어나거나 마음을 편히 먹는 것이 중요하다.
#원형 탈모증 치료는 어떻게?
동전만한 크기로 한 군데 정도 탈모된 단발성 원형탈모증은 대부분 별다른 치료없이 3∼6개월 이내 자연치료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으므로 일단 진단받는 것이 좋다. 원형탈모증은 탈모반(동그랗게 머리가 빠진 부분) 크기가 작고 숫자가 적을수록 치료가 잘되므로 초기 발견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탈모 부위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놓거나 바르는 약인 미녹시딜을 사용하는데 약물만으로는 모발 재생까지 수개월이 걸린다. 좀더 빠른 치료를 위해 PRP 자가혈 치료로 탈모 부위의 모근을 강화시켜 머리카락을 돋아나게 만든 후 메조테라피 시술로 영양을 공급해 머리카락이 성장하도록 해주면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탈모약은 복용 후 3∼6개월 후에 신생모가 자라는 것이 보이는데 비해 PRP자가혈 두피탈모치료는 시술 후 4주∼6주면 신생모가 자라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탈모반이 크고 숫자가 많은 경우, 탈모반이 옆머리나 뒤통수의 가장자리에 있는 뱀모양 탈모증의 경우, 온머리 탈모증이나 전신 탈모증의 경우에는 치료가 쉽지 않다. 이 때는 면역 감작요법, 스테로이드 주사요법, 근육주사 등의 치료법이 추가될 수 있다. 단, 치료 기간이 길어지므로 오랜 치료 기간을 견뎌내는 환자의 인내가 필요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민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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