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위 심사서 0점 이창동 ‘시’, 칸에서 각본상 수상

영진위 심사서 0점 이창동 ‘시’, 칸에서 각본상 수상

기사승인 2010-05-24 10:07:00

[쿠키 문화]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가 제63회 칸 국제영화제 각본상 수상작이 되자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체면을 구겼다. ‘시’가 지난해 영진위가 두 차례 실시한 마스터영화 제작지원사업에서 모두 탈락한 사실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영진위는 작년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의 국제적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적극적인 해외진출 도모한다며 마스터영화 제작지원사업을 벌였다. 당선작은 현금 4억원과 현물 2억원의 지원을 받는 조건이었다.

‘시’는 1차와 2차를 모두 출품했지만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영진위는 각각 두 편씩 선정할 수 있지만 1차에서 임권택 감독의 ‘달빛 길어올리기’, 2차에서 김호선 감독의 ‘진실 혹은 편견에 대하여’ 등 한 편씩만 선정했다. 특히 2차 심사결과 발표에서는 “지원 작품들의 시나리오 개발 수준이 영진위가 실시하는 다른 시나리오 공모 사업에 비해 떨어지는 작품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시’ 탈락 배경을 놓고 당시 영화계는 첨예한 갈등을 보였다. 영화주간지 씨네21은 “(‘시’가) 동반 선정되는 게 유력했지만 심사위원들의 평점 평균이 70점을 넘기지 못해서 과락됐다”며 “알고 보니 한 심사위원이 ‘시’에 0점을 줬는데 그는 ”‘시’의 시나리오가 각본의 포맷이 아니라 소설 같은 형식이어서”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고 보도했다.

또한, 김조광수 감독은 “이창동, 임상수 같은 감독들이 시나리오를 형편없게 쓴다면 대체 한국의 어느 누가 시나리오를 잘 쓴다는 말인가”라며 영진위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김동원 감독은 “영화계 좌파 척결이라는 색깔론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게 너무 뻔히 보인다”고 밝혔다. 이창동 감독이 참여정부 초대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데 따른 정치적 선택이라는 견해였다.

결과적으로 영진위는 이번 칸 국제영화제 결과로 인해 망신살만 뻗친 셈이 됐다. 세계 3대 영화제 중 한 곳인 칸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작품에 대해 시나리오 개발 수준이 떨어진다고 평가했고, 경쟁 부문에 오른 임상수 감독의 ‘하녀’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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