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4집을 들고 당당히 나타났던 이효리(31)가 또 표절문제로 가수 인생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효리는 20일 자신의 팬클럽에 “저의 4집 앨범 수록곡 중 바누스바큠으로부터 받은 곡들이 문제가 됐다”며 “여러 가지 조사 결과 그 곡들은 바누스바큠의 것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사실상 표절 시인이었다. 지난 2006년 정규 2집 앨범 타이틀 곡 ‘겟 챠(Get Ya’)’의 표절 논란으로 활동을 접은 이효리는 이번에도 표절 문제로 4집 활동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작곡가에게 사기 당하고 대중에게 사기치고=이효리는 자신의 4집 프로듀서다. 보통 가수의 프로듀서는 앨범 내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한다. 직접 작사와 작곡, 편곡에 참여했는지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풍부한 음악적 역량으로 가수와 상의해 앨범의 콘셉트와 방향성을 잡는 것이 본연의 임무다. 가수의 가창력 논란 정도를 제외하고 앨범에 대한 모든 평가에 대한 책임을 지는 위치가 바로 프로듀서다.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고백한 것과 별개로 이번 표절 문제의 책임은 이효리 본인이 져야 한다. 그녀가 프로듀서이기 때문이다.
이효리 측은 바누스바큠으로 통칭되는 작곡가 집단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효리 역시 피해자로 이번 표절 시인을 긍정적으로 바라봐 달라는 의도가 깔려 있다. 물론 이효리의 용기는 가상하다. 법원에서 표절로 판결받은 MC몽이나 무단 샘플링을 저지른 이승기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대중에게 사과를 한 적이 없다.
하지만 가수의 사과와는 별도로 프로듀서의 책임은 엄연히 존재한다. 과거 작곡가가 1명 내지는 2명 정도에 머무른 것과 달리 최근에는 전문적인 작곡가 집단이 활동하고 있다. 무려 6명 이상이 함께 곡을 쓰는 집단이 있을 정도다. 가수가 아닌 프로듀서 이효리로서는 작곡가 집단의 역량을 철저하게 검증하지 못한 책임에 대해서도 함께 사과했어야 했다.
이효리는 이번 앨범을 발표하면서 직접 프로듀서로 나선 점을 끊임없이 홍보했다. 어느 정도 앨범을 지배했다는 자신감을 마음껏 과시했다. 하지만 결국 ‘프로듀서 이효리’는 부메랑처럼 돌아와 자신의 가슴에 꽂혔다. 프로듀서 역할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작곡가 집단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이면서도 대중을 상대로 사기를 친 가해자가 된 셈이다.
△미천한 음악성이 근원적인 문제=물론 이효리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없진 않다. 작곡가 집단의 조직적인 사기를 소속사도 막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차적인 원인은 여전히 이효리다. 그녀는 국내 가요계에 독보적인 여자 솔로가수의 지위를 점하고 있으면서도 핑클 데뷔 시절부터 솔로 데뷔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음악성이 전혀 발전되지 않았다. 특유의 당당한 여성 캐릭터를 가사에 투영한 정도가 전부다.
기초적인 작곡과 편곡 능력이 전무하다보니 이효리가 새 앨범에 개입할 입지는 애초부터 제한적이었다. 그저 신선한 작곡가를 고르는 정도였다. 이효리는 1집 ‘텐 미닛(10 Minutes)’의 작곡가 김도현이 2집에서 ‘겟 챠(Get Ya’)’ 표절 논란으로 직격탄을 맞자, 3집에서 새로운 인물을 물색했다. 실제 무명에 가까운 이트라이브가 작곡한 3집 ‘유고걸(U-Go-Girl)’은 신선한 멜로디로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이번 앨범의 대다수 곡을 신인 바누스바큠 작곡가 집단에 맡긴 것도 새로운 음악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이효리의 시도는 속빈 강정에 불과했다. 자기 의식을 담은 가사를 제외하고는 기본적인 음악성 자체가 결여됐기 때문이다. 이효리의 롤 모델 중 하나로 거론되는 마돈나의 경우 국내외 뮤지션들이 극찬할 정도로 음악성을 인정 받는다. 섹시 아이콘과 별개로 계속 노력하는 싱어송라이터로 평가받고 있다. 레이디 가가도 마찬가지다. 이효리는 단순한 음악적 선택에서 벗어나 음악적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 그룹 베이시스 출신의 정재형과 만나 일렉트로닉 앨범을 발표하고 YG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고 신곡을 내놓은 엄정화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이효리는 아이돌 가수 출신이지만 폭넓은 대인 관계를 가지고 있다. 실력파 뮤지션인 이적과 김동률, 정재형 등과 교류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표절 사건을 새로운 음악적 돌파구를 열어줄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능 활동 강행하나=이효리가 이번 표절 사건의 내홍을 어떻게 극복하는지도 관심거리다. 일단 4집 활동은 중단됐다. 하지만 이효리는 SBS가 유재석을 기용해 새롭게 편성한 예능 프로그램 녹화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수 이효리는 불시착했지만 방송인 이효리는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문제는 대중이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효리 4집 앨범은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다면 가장 많은 표절 곡을 담은 상업 앨범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앨범 리콜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국내 가요계 초유의 일이다. 과거 룰라와 김민종은 단 한 곡의 표절 곡으로 인해 무기한 활동 중단에 들어갔다. 대중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이효리의 선택이 주목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