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그룹 소녀시대의 위력은 여전하다. 지난 25일 KBS ‘뮤직뱅크’ 상반기 결산 무대에 오랜 만에 모습을 드러내자, 태연의 발언과 성형설 등 온갖 가십거리가 쏟아지고 있다. 우후죽순으로 쏟아진 수많은 아이돌 그룹 중에서 국내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독보적인 여성 아이돌 그룹 답다.
소녀시대 멤버 중에서도 태연(21)이 가장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태연은 정규 2집 앨범 타이틀 곡 ‘Oh!’로 ‘뮤직뱅크’ 상반기 결산 K차트 1위를 차지하자, “‘뮤직뱅크’에서도 노래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좋은 환경 부탁드린다”며 다소 의외의 소감을 털어놨다. 주최 측에 대한 성의 표시 치고는 뼈가 있는 발언이다. ‘뮤직뱅크’ 뿐만 아니라 지상파 방송 3사 가요 프로그램은 일부 라이브 프로그램을 빼놓고 사전 리허설 내지는 음향 시설이 처참한 수준이다. 태연이 ‘뮤직뱅크’ 제작진을 향해 대놓고 ‘할 말’을 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온라인은 태연의 발언을 놓고 들썩이고 있다. 2010 남아공월드컵 등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를 주름 잡던 이슈가 아이돌 그룹 멤버의 한 마디에 밀리는 형국이다. 인터넷의 압도적인 남성 이용자들이 여성 연예인에게 유독 관심이 많은 것을 감안하더라도 새삼 소녀시대의 파급력을 확인할 수 있다.
소녀시대 팬덤은 태연의 발언을 진화하느라 부심하는 모습이다. 혹시 이번 발언으로 KBS 측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과거 일부 예능 프로그램 제작진이 애매한 갈등으로 특정 연예인을 배제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녀시대 팬덤의 걱정은 기우에 그칠 확률이 높다. 현재 지상파 방송 3사 모든 프로그램 중 소녀시대의 출연을 인위적으로 제어할 방송사는 거의 없다. 소녀시대만 출연하면 시청률 2~3%가 올라가고 화제의 중심이 되는 상황에서 태연의 발언 정도는 가볍게 묻힐 확률이 높다.
더구나 태연은 KBS ‘승승장구’의 보조 MC다. ‘박중훈 쇼’가 조기 폐지된 후 KBS는 입담 좋은 김승우를 MC로 낙점했고 시청률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태연과 2PM의 우영을 동원했다. 태연과 우영이 토크 프로그램 MC 경험이 전무하다고 볼 때 두 명의 기용은 시청률 얼굴마담 성격이 짙다. 시종일관 자극적인 폭로 일색인 SBS ‘강심장’에 시청률이 밀려 고전하고 있지만 ‘승승장구’는 생각보다 안정적으로 궤도에 진입했다. 여기에는 소녀시대와 2PM 팬덤의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가 큰 도움이 됐다. KBS 입장에서 태연은 시청률 효녀, 그 자체다.
또 하나, 최근 지상파 방송 3사와 대형 기획사는 크게 마찰을 빚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툭하면 힘겨루기를 하던 과거 모습과는 딴판이다. 음반 시장이 붕괴된 상황에서 기획사의 절대적인 수입처는 소위 행사와 CF다. 이를 위해서는 방송사 출연을 통한 인지도 쌓기가 필수적이다. 방송사 또한 아이돌 전성시대에서 기획사와 마찰을 조심하는 눈치다. 자칫 한 그룹, 한 명의 가수와 문제가 생기면 다른 소속 연예인들까지 섭외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결국 태연의 발언은 꽤나 노련한 측면이 있다. 소녀시대가 국내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겉으로는 부정적인 의도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수준의 표현을 했다. 데뷔 무대 리허설에서 연신 90도로 고개를 숙이던 소녀시대의 현재 위치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