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그룹 애프터스쿨의 가희(30·본명 박지영)가 소위 ‘루저(Loser)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가희는 지난 17일 MBC ‘세상을 바꾸는 퀴즈(이하 세바퀴)’ 방송에서 이상형을 묻는 질문에 “저보다 (키가) 작은 남자는 싫다. 183㎝ 이상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부 네티즌들은 지난해 KBS ‘미녀들의 수다’에서 “키 작은 남자는 루저”라고 말한 한 여대생의 발언을 거론하며 가희를 비판하고 있다.
△직접 말하지도 않은 단어=이번 논란은 실체 자체가 없다. 일단 가희는 ‘루저’라는 표현을 아예 한 적이 없다. 이상형을 묻는 MC의 질문에 자신이 선호하는 외모를 언급한 정도다. 하지만 지난해 ‘루저 파문’을 기억하고 있는 일부 네티즌들이 가희를 비아냥거리는 게시물을 일부 매체가 인용하면서 논란은 시작됐다. 졸지에 가희는 자신이 말하지도 않은 표현을 책임져야 하는 위치로 몰렸다. 자극적인 ‘TV 감상문’이 하나의 기사 장르가 될 정도로 천박한 국내 연예 저널리즘을 그대로 노출하는 장면이다.
△‘세바퀴’ 제작진은 각성해야=가희는 파문이 불거지자 18일 “전 루저라는 단어 안 씁니다. 루저가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라며 “단점 있는 사람보고 루저라고 한다면 저도 루저 중 하나겠네요”라고 심경을 전했다. 실체도 없는 논란을 해명하는 지경에 이른 셈이다.
이번 논란은 지난해 ‘루저 파문’과 달리 해프닝으로 일단락될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도 가희를 동정하는 여론이 많다. 하지만 결코 ‘세바퀴’ 제작진의 책임은 가볍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분히 외모지상주의로 비춰질 수 있는 질문을 아이돌 그룹 멤버에게 던졌고, 남성 출연자의 키를 직접 비교하는 장면을 그대로 방송에 내보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하 일밤)’에서 독립 편성된 ‘세바퀴’는 젊은 연예인들에 밀려 위기를 맞은 노장 연예인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해 호평을 받았다. 중장년층 시청자들은 추억의 스타의 화끈한 입담에 환호했다. 비교적 경쟁이 수월한 일요일 심야시간대 편성도 적중해 동시간대 시청률 20%도 달성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세바퀴’는 혹평에 직면하고 있다. 무려 2년 가까이 비슷한 포맷으로 진행되는 바람에 신선한 느낌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중장년층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노장 연예인들이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 들어 추억의 스타 대신 아이돌 가수 등 젊은 연예인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주로 맡은 역할은 가십성 질문과 섹시 댄스 등 자극적인 설정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생활 밀착 퀴즈’를 풀며 ‘공감대 있는 즐겁고 유쾌한 수다’를 벌이겠다는 당초 기획 의도는 이미 희석됐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가희의 발언 논란도 ‘세바퀴’가 젊은 연예인들을 선정적으로 활용한 연장선상에 있다. 시청률 올려주는 젊은 연예인 우대, 성상품화 부추기는 외모지상주의,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가십성 질문, ‘세바퀴’가 아니라 ‘세못바퀴(세상을 못 바꾸는 퀴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