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씨는 검은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숙이고 입을 굳게 다물었다. “왜 범행을 했느냐” “심경은 어떤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작은 목소리로 “죄송합니다. 뉘우치겠습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노후한 다세대주택이 늘어선 좁은 골목길을 10m정도 들어서자 양씨가 성폭행을 한 장소인 A양의 집이 나타났다. 자해한 팔에 아직 깁스를 하고 있어 양씨 대신 경찰관이 오토바이를 끌었다. 경찰관이 전봇대 앞에 서있는 마네킹에게 “같이 놀자”고 말하자 양씨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범행을 인정했다. 이어 A양이 살던 3층짜리 다세대주택의 반지하방으로 들어간 양씨는 군청색 매트리스 2개 위에 반쯤 앉은 여아를 성폭행하는 장면을 태연히 재연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한쪽 팔에 깁스를 하고 있어서 모든 장면을 직접 재연하지 못했으나 사실 확인은 모두 마쳤다”고 말했다.
양씨가 태연히 범행을 재연한 뒤 집 밖으로 나오자 지켜보던 주민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주민들은 “밟아죽이고 싶은 심정으로 나왔다” “법을 강화시켜서 영원히 못 나오게 해야 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양씨를 태운 차량이 동네 어귀에서 멈추자 주민들은 “모자랑 마스크 벗겨”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A양과 단짝친구의 아버지(51)는 “범행 당일 우리애가 집에 와서 ‘아빠, (A양) 치마랑 손에 피가 묻었어’라고 소리치던 생각이 난다”며 “딸 가진 부모로서 굉장히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 동네에서 40년을 살았다는 김모(67·여)씨는 “초등학교 1학년과 2학년에 다니는 손녀딸들이 다 초비상에 걸렸다”며 “요즘 같아서는 학교에 가고 올 때 항상 데려다줘야 하고 남을 절대 못 믿는다. 겁나서 살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A양과 같은 골목에 살던 통장 박모(54)씨는 “이런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며 “이 골목엔 CCTV가 아예 없어 수사에도 애를 먹은 것으로 안다. 동네 주변에 CCTV를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