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이하 한예조)이 1일 “MBC와 SBS 외주드라마 10편에 대해 촬영을 전면 거부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파업이다.
한예조가 출연 거부한 드라마는 MBC ‘동이’, ‘장난스러운 키스’, ‘글로리아’, ‘김수로’와 SBS ‘여자를 몰라’, ‘나는 전설이다’, ‘자이어트’,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이웃집 웬수’, ‘인생은 아름다워’ 등 모두 10편이다. 한예조가 뜻을 굽히지 않는다면 9월 안방극장에 드라마 대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출연료 지급하라=한예조는 일종의 연기자 노동조합이다. 이례적으로 단체행동에 나서게 된 것은 지상파 3사 드라마를 납품하고 있는 외주제작사가 출연료를 지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지급 출연료는 총 47억원에 이른다. MBC가 28억4800여만원으로 가장 많고 KBS가 10억5400여만원, SBS 8억3700여만원이다.
한예조는 이날 촬영 거부를 선언하면서 KBS를 예외로 뒀다. KBS가 외주제작사의 미지급 출연료에 대해 지급 보증을 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KBS는 향후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차원에서 한예조와 공동기구도 마련하기로 했다. MBC와 SBS는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기형적인 외주제작 시스템이 원인=드라마 대란을 불러올 정도로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는 이유는 지상파 3사를 비롯한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간의 드라마 제작 시스템이 기형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보통 방송사가 드라마 1회 제작 비용으로 외주제작사에 주는 금액은 1억원 남짓이다. 요즘 유행하는 남녀 주연 더블 캐스팅을 하고 나면 벌써 8000만원이 넘는다. 외주제작사는 턱없이 부족한 제작비지만 방송사의 선택을 받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수락한다. 스타 마케팅과 유명 작가를 동원하라는 무언의 압박이 오가는 경우도 일상다반사다.
외주제작사는 부족한 제작비를 간접광고와 판권으로 만회하고자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간접광고를 무리하게 동원하면 드라마 질을 떨어뜨리고 상업성에 치중한다는 비판에 직격탄을 맞기 때문이다. 판권 수익도 6:4 내지는 7:3 정도로 방송사가 앞선다. 비교적 자산 규모가 튼튼한 대형 외주제작사 몇 곳을 제외하면 금융권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다.
전체적인 자금 상황이 원할하지 못해 계획이 자주 바뀌다보니 드라마 완성도에 당연히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고질적인 문제인 쪽대본과 당일 촬영이 쉴새없이 이어진다. 천신만고 끝에 드라마가 완성되도 시청률이 부진하면 끝장이다. 판권 수익이 사실상 사라지기 때문이다. 망한 드라마를 만들었다는 오명으로 방송사와 관계도 서먹해진다. 최악의 경우 먹튀로 외주제작사 자체가 공중분해 되는 경우도 있다.
△방송사-외주제작사-스타권력 합작품=외주제작사의 문제도 결코 가볍지 않다. 실제 소위 한탕식으로 다분히 아시아 시장을 노린 한류 드라마를 만들고 사라지는 부실한 외주제작사가 쏟아지고 있다. 한예조가 외주제작사를 직접 상대하지 않고 방송사와 힘겨루기에 들어간 점은 외주제작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달라는 성격이 짙다.
중요한 것은 미지급 출연료로 가장 피해를 많이 보는 쪽이 힘없는 조연 배우나 등급제 배우라는 사실이다. 스타들은 대형 기획사를 앞세워 출연료를 선지급을 요구하고 러닝 개런티를 당당히 거론한다. 결국 이번 파문은 부실한 외주제작 시스템을 만든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스타 권력의 합작품인 셈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