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슈퍼스타K 2’는 분명 성공했다. 서바이벌 가수 선발 프로젝트를 표방한 시즌1의 성공은 전국 7개 지역과 미국 LA에 이르기까지 무려 143만 여명의 참가자를 시즌2로 몰리게 했다. 뜨거운 열기는 시청률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케이블 채널 마의 고지로 불리던 10% 고지를 넘어 동시간대 지상파 프로그램을 모두 제치는 기염을 토했다. ‘슈퍼스타K 2’가 방송되는 금요일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인터넷은 온통 ‘슈퍼스타K 2’ 이야기로 도배됐다. 전작을 뛰어넘는 속편이 없다는 속설을 깨버리는 화려한 성적표다. 엠넷의 입이 귀에 걸릴 만도 하다.
△우리는 잔인해요=‘슈퍼스타K 2’는 시종일관 서바이벌을 강조한다. 치열한 경쟁 끝에 마지막에 살아남는 1명이 승리자가 된다는 극단적인 설정은 긴장감을 넘어 묘한 전운을 고조시킨다. ‘슈퍼스타K 2’는 예선 통과자의 기쁨만 부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패자의 눈물과 탄식을 더욱 과도하게 노출한다. 물론 이는 배려가 아니다. 오히려 승리자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간편한 장치이자, 생존과 성공을 위해 다른 사람을 밟고 일어서야 한다는 무한경쟁의 일면을 보여줄 뿐이다.
모두 즐겁게 웃고 떠드는 학예회가 아니라 프로를 뽑는 잔인한 약육강식을 강조하기 위해 ‘슈퍼스타K 2’는 손쉬운 방법을 썼다. 실제 가수들을 아마추어를 길들이는 프로로 직접 투입해 심사위원을 맡겼다. 이들은 참가자를 평가하면서 연신 웃음을 보이지만 대부분이 조소고, 넓은 아량으로 위로하면서도 조롱을 잊지 않는다. ‘슈퍼스타K 2’를 관통하는 잔인한 콘셉트의 단적인 부분이다. 카메라 또한 참가자들의 당황한 얼굴을 훑는 점프컷과 클로즈업을 연사한다.
△심사위원 자격은 둘째 치고=문제는 아마추어 참가자들을 평가하는 프로의 실력이다. 이승철은 그룹 부활로 데뷔할 당시 엄청난 가창력을 뿜어냈지만 최근 팝 발라드 싱글을 재탕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표절 논란도 겪은 바 있다. 엄정화는 베이시스 출신의 정재형과 만나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고민할 정도로 끊임없이 변신에 힘썼지만 전성기는 고만고만한 댄스 싱글로 점철되던 작곡가 주영훈과 보낸 시기였다. 박진영은 특급 프로듀서면서도 과거 샘플링 논란을 기억하는 대중이 적지 않다. 그나마 윤종신 정도가 빈축을 사지 않는 정도다. ‘슈퍼스타K 2’는 시즌 1 당시에도 표절 논란을 겪은 이효리를 심사위원에 앉힌 바 있다. 최근 흔해 빠지다 못해 오버 그라운드로 올라오는 비주류 인디 뮤지션 하나 없는 조합이다.
이들은 가창력과 무대 매너, 스타성 등을 고루 검증한다고 한다. 말이 쉽다. 참가자들이 창작곡도 아니라 기존 히트곡을 들고 나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가창력과 모창력의 기준이 애매해지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참가자가 싱어송라이터를 목표로 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할 때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엄청난 프로인 것처럼 포장된 심사위원의 점수가 소비되는 방식이다. 실시간 시청자 투표가 60%, 온라인 투표가 10%로 온갖 독설과 비판을 서슴없이 내뱉는 심사위원의 점수가 고작 30%에 그친다. 시즌 1의 10%에서 상향 조정되긴 했지만 심사위원 점수는 여전히 ‘슈퍼스타K 2’의 당락을 가르지 못한다. 음악성이 뒤로 가고 외모를 바탕으로 하는 대중성이 앞으로 오는 순간이자, 잔인한 리얼 서바이벌의 결론이 결국 가수가 아니라 스타를 뽑는데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수도 아닌 스타 브로커=‘슈퍼스타K 2’를 제작하는 엠넷의 변명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나름대로 기준을 마련했으니 참가자들에 대한 모든 판단을 시청자에게 맡긴다는 식이다. 사실상 인기투표로 변질된 서바이벌을 방치하는 꼴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슈퍼스타K 2’ 최후의 승리자가 되어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시즌1의 우승자 서인국만 봐도 현실의 벽이 느껴진다. 신보가 나올 때 반짝거릴 뿐 베스트셀러는 꿈도 꾸지 못했다. 데뷔 싱글 ‘부른다’는 호평을 받았지만 상업적으로 실패했고, ‘사랑해 U'도 저조한 성적이다. 서인국의 실력이 결코 모자란 것이 아니다. 슈퍼스타K가 ‘72만분의 1의 사나이’로 과도한 포장을 해놓은 탓이다.
‘슈퍼스타K 2’의 허세는 계속되고 있다. 우승자는 상금 2억원과 자동차를 부상으로 받는다. 여기까지는 툭하면 간접 광고를 노출하면서 상업적인 이익을 취하는 엠넷의 자본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 ‘슈퍼스타K 2’는 지난해 공정성 논란으로 직격탄을 맞은 자사 시상식인 'MAMA(Mnet Asian Music Awards)' 출연을 보장했다. 말이 보장이지, 일종의 끼워 파는 식이다. 최고의 작곡가들이 미리 제작한 곡으로 우승 후 한달 이내 초호화 음반 및 뮤직비디오도 제작해 준다고 했다. 가수와 혼연일체가 되어야 하는 곡을 우승자가 결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미리 제작한다는 자체가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국내 유명 기획사들과 계약 연계를 해주겠다는 우승 혜택까지 듣고 나면 ‘슈퍼스타K 2’가 스타 브로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결론에 이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